야외극장서 전 세계 수작들과 가을밤을 [BIFF 2026]
오픈 시네마/미드나잇 패션
톨레다노와 나카슈 감독 신작
만화 ‘룩백’실사화 등 7편 마련
동틀 때 나오는 밤샘 프로그램
내달 8~10일 3편씩 상영 예정
위부터 아래로 오픈 시네마에서 선보이는 ‘그저 환상일 뿐’ ‘룩백’. BIFF 제공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이면 식을 줄 모르는 영화인들의 열기가 밤늦게 이어지곤 한다. 특히 밤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섹션들이 올해도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오픈 시네마’와 ‘미드나잇 패션’이 그 주인공이다.
저녁 시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전 세계 수작을 즐길 수 있는 오픈 시네마는 올해 7편의 작품을 준비했다. 그중 3편은 월드 프리미어로 관객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밤에 극장에 들어가 아침 해가 밝을 때 나오는 ‘밤샘’ 프로그램 미드나잇 패션은 올해 9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 달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매일 밤 3편씩 연달아 상영될 예정이며, 상영 리스트에는 월드 프리미어 4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편이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 애니메이션 특별전 콘셉트에 맞춰 애니메이션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시간도 마련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의 밤을 밝혀줄 두 섹션의 작품 일부를 소개한다.
■오픈 시네마
▷그저 환상일뿐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으로 신화를 쓴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톨레다노와 나카슈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 1985년 파리 교외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성장 영화는 관객들을 사랑스러운 시간 여행으로 초대한다. 소년 빈센트의 시선을 통해 정체성과 첫사랑, 어쩌면 모든 것이 환상이었을지 모를 그 시절의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응답하라 1988’ 못지않은 유머로 무장한 코미디이자, 웃음과 눈물, 향수와 현재가 절묘하게 포개진다”고 평가했다.
▷룩백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돌아왔다. 만화 ‘체인소맨’의 작가로 익히 알려진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 ‘룩백’을 실사화했다. 뛰어난 재능과 자부심으로 학교 신문에 실릴 4컷 만화를 쓱쓱 그려내던 시골 소녀 후지노는 학교조차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쿄모토의 압도적인 그림 실력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만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교감을 나누게 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되어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예기치 못한 삶의 갈림길을 마주하는데.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면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을 왜 실사화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인헤릿
‘셔터’(2004), ‘샴’(2007), ‘랑종’(2021)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공포·장르 영화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을 맡았다. 세 차례나 TV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소설 〈악마의 후계자〉를 실사화했다. 수십 년간 소식이 끊겼던 워라낫 할머니가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의 등장에 집안은 재회의 반가움보다 불길한 긴장감으로 휩싸인다.
위부터 아래로 미드나잇 패션에서 선보이는 ‘붉은 실’ ‘장미의 사슬’. BIFF 제공
■미드나잇 패션
▷붉은실
장편 영화 데뷔작 ‘지옥에서 온 여정’을 2005년 BIFF에 소개하며 인연을 맺은 함 쩐 감독. 살인, 영혼,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불가사의를 다루는 그의 신작 ‘붉은실’이 BIFF 미드나잇 패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어린 소녀 락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보인다. 락의 아버지는 귀신을 두려워하며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친구처럼 대하며 도움을 주라고 독려하지만, 원한을 품고 있는 귀신들을 돕는 것은 어린 락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게다가 성인이 된 락을 노리는 연쇄살인마까지 나타나며 이야기가 긴박하게 흘러간다.
▷장미의 사슬
누가 경찰이고, 누가 범죄자인가? 서로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깨어난 한 남녀는 과거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나 주변 정황은 두 사람 중 한 명은 경찰, 한 명은 범죄자라는 것을 말해준다. 빠르고 스타일리시한 서스펜스 영화로 사토 사키치 감독은 20년 전부터 ‘수갑으로 묶인 남녀’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감독이 “은퇴작이 되어도 후회가 없다”고 자신하는 기대작이다.
▷천사의 알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1985년 선보인 작품. 게임 ‘파이널 판타지’ 일러스트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가 캐릭터 디자인 등을 맡았다. 폐허로 가라앉은 수몰 도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알을 품은 소녀와 꿈속 새를 쫓아 나타난 거대한 총을 든 소년의 이야기다. 현재는 단색에 가까운 색조와 대사가 거의 없는 구성, 400컷 내외의 절제된 편집 등으로 형식적 실험은 물론 존재를 향한 질문과 상실의 고통 등을 영상미로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발표 당시에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고, 오시이 감독 스스로 이 작품으로 인해 한동안 일이 끊겼다고 회고한 문제작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공각기동대’ 이전에 그의 세계관을 응축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