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올해도 롯데는 왜 안되노?
김준용 문화스포츠부 기자
20경기가 남았다. 확률은 0.1%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0.1%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5위에 등극해 가을 야구에 진출할 확률을 의미한다.
“롯데는 왜 안 되노?”라는 질문을 롯데 자이언츠 담당 기자를 하며 가장 많이 받는다. “잘 못 치고, 잘 못 던지고, 잘 못 잡아서 아닐까요?”라는 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홈 경기를 직접 보며 여러 기사를 썼지만 사실 직관적으로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막아야 할 상황에서 막지 못한 투수진, 점수를 내야 하는 기회에서 침묵하는 타선, 팽팽한 승부의 김을 확 빼는 엉성한 수비. 그 모든 것이 함축된 결과가 안타깝게도 지금 롯데의 현실이다.
‘올해는 다르다’는 희망이자 바람 같았던 구호는 올해도 틀렸다. 시즌 전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롯데는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없었고 전지훈련 불법 게임장 사태로 주전급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같은 예상을 깨기 위해선 ‘반전’이 필요했다. 신인급 선수의 활약, 예상치 못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 같은 것 말이다.
반전은 정반대로 일어났다. 기대했던 베테랑과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이 동반 부진하면서 롯데는 시즌 내내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그나마 선발 투수 김진욱, 포수 손성빈, 유격수 전민재가 올 시즌 자리를 잡은 건 소소한 위안거리다.
롯데는 2024년 당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혔던 김태형 감독을 3년 24억 원의 계약으로 모셔왔다. 9년 연속 두산 베어스를 이끌고 한국 시리즈를 갔던 최고의 감독이었다. 하지만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 김태형 감독은 가을 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4년 ‘윤나고황’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으로 불리는 신진급 야수들이 분전했지만 투수진이 아쉬웠다. 2025년에는 8월까지 3위를 달렸지만 8월 돌연 12연패 끝에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5위 근처도 못 가보고 시즌이 끝나간다.
20경기를 남겨둔 지금, ‘롯데는 왜 안 되노?’라는 질문은 ‘롯데 감독은 어찌 되노?’라는 질문으로 꼬리를 문다. 2024년(66승 4무 74패), 2025년(66승 6무 72패), 2026년(14일 현재 53승 2무 69패) 3년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한 감독. 당연히 경질이 수순이지만 롯데 팬들이 이같은 질문을 하는 데는 ‘감독이 바뀐다고 롯데가 바뀌나’라는 아주 강한 그동안의 실망감이 묻어 있다.
변화를 해야 하는 건 자명하다. ‘다음 감독은 누구?’라는 논의보다 더 큰 논의가 필요하다. 공수주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고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같은 야구단의 방향성 말이다.
방향을 잡은 뒤 그에 걸맞는 사령탑을 모셔야 한다. 2001년~2007년 암흑기를 끝냈던 건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였다. 감독 교체라는 하나의 방편을 넘어 야구단 전체의 변화를 해도 가을 야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대 최고라 불렸던 감독 한 명이 팀을 바꾸는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3년간 롯데 팬들은 확인했다.
롯데의 가장 큰 암흑기로 불리는 2001~2007년을 롯데 팬들은 ‘비밀번호 ‘8-8-8-8-9-7-7’로 부른다. 숫자는 정규 시즌 순위를 뜻한다. 최근 9년을 돌아보면 숫자는 더 참혹하다. 7-10-7-8-8-7-7-7-?이다. 내년마저 가을 야구에 실패하면 10년 연속 실패로 한국 야구 역사상 최장 기록이 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