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의 취재海랑] 해양수도 부산 '딜레마'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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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기자

“진정한 의미의 해양수도는 부산이 해양·항만 허브가 됨으로써 인천 등 다른 지역들까지 전에 없던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한 해양수산 인사의 이 말은 부산이 마주한 ‘해양수도’의 본질을 꿰뚫는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부산은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무거운 딜레마를 짊어지게 됐다. 부산만의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부산에서 일으킨 해양산업의 혁신을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국가적 책무를 안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자원을 흡수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산업의 파이 자체를 키워 타 지역까지 낙수효과를 퍼트리는 상생 모델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선 셈이다.

이전에도 부산은 늘 해양도시를 지향해 왔다. 앞서 전국에 흩어져 있던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이 대거 부산으로 둥지를 틀었지만, 그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폭발하지는 못했다. 업계는 그 원인으로 ‘지역에 갇힌 해양정책’을 꼽는다. 영도 동삼혁신지구가 대표적이다. 2007년 해양 R&D 거점으로 지정돼 굵직한 연구·공공기관들이 집적됐지만, 기관 간 유기적 협업은커녕 당장 주차장 같은 기초적인 공간조차 공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관 간 업무 영역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혁신지구만의 뚜렷한 비전과 정책 모델도 부재하다. 각 기관의 역량을 하나로 엮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킬 ‘조율자’로서 부산시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정작 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해운·물류 기업 유치에 다시 드라이브가 걸린 지금, 부산은 이 딜레마와 더 자주, 더 강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관과 기업을 단순히 부산에 모아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산의 지역적 이익과 해양산업의 공공적 이익을 지혜롭게 조율하고, 그 시너지가 인천·광양·울산 등 전국의 항만과 해양수산 업계로 뻗어나가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더 많은 해양 기관과 기업을 품은 만큼 혁신의 확산 효과를 실증해야만, 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 소모적 갈등도 넘어설 수 있다.

이러한 분절을 꿰매고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궁극적인 책임은 부산시에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 당시 한 직원은 “주거지를 옮기는 불편보다, 해양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무에 더 큰 짓눌림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부담을 안고 내려온 만큼 더 뚜렷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묻어났다. 결국 부산시가 이전 기관과 기업에 어떤 토양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이들의 부담감은 고립된 피로가 될 수도, 국가적 도약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부산시가 대한민국 바다 전체를 설계하는 포용적 리더십으로 그릇을 넓힐 때, 해양수도 도약이라는 값진 결실로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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