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갈수록 ‘입지 파워’가 브랜드보다 앞서”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 분석
‘브랜드 거품’ 과도한 비용 지적도
아파트를 구입하는 소비자 절반 가까이가 최우선 고려 요소로 ‘브랜드’를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주거 지역에서는 1군 건설사가 지은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와 그에 인접한 소규모 비브랜드 단지 가격 차이가 2021년 평균 25% 내외였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최대 5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위해 지불하는 막대한 프리미엄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모든 지역에서 이게 통할까?
영산대 부설 주택도시연구소 강현주·최이선·윤영길·김혜영 박사와 서정렬 교수가 최근 발간한 저서 〈브랜드 아파트 가치와 AI 분석〉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연구팀은 AI 분석을 통해 지방으로 갈수록, 시세가 낮은 지역으로 갈수록 브랜드보다는 입지 파워가 시세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이 AI 분석과 회귀분석을 해본 결과, 부산 북구 화명동의 경우 아파트 입지 특성에 차이가 거의 없어 브랜드가 시세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만덕동의 경우 평지, 역세권, 편의시설과의 거리, 학교·학원 도보권 등 입지가 브랜드보다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경향은 부산 다른 하위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영구의 경우 남천동과 망미동을 비교한 결과 망미동에서 입지 경쟁력이 브랜드 경쟁력을 앞서는 경향이 더 뚜렷했다. 동래구에서도 온천동과 안락동 중 안락동에서 입지 파워가 더 큰 경향을 나타냈다. 부산에서는 또 평지와 해안 조망권(오션뷰)의 희소성이 브랜드 가치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연구팀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교통, 학군, 연식 등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한 적정 가치와 실제 거래가를 비교해본 결과, 선호도 상위 브랜드 단지의 시세 중 30~38%는 물리적 성능이 아닌 심리적 기대감에 기댄 ‘브랜드 거품’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브랜드 이름 하나 때문에 가격 차이가 30% 이상 벌어져 있다면 이는 이름값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브랜드보다는 대체 불가능한 입지에 자금을 집중하는 것이 안전한 자산 방어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최근 부산에서 1군 브랜드 아파트들의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서 교수는 “지방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할 때 브랜드 아파트라도 입지가 좋지 않으면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되고 가파른 가격 하락을 겪는 반면, 도심 핵심 인프라를 선점한 지역 중소건설사 비브랜드 단지들이 풍부한 실수요층을 기반으로 시세를 굳건히 방어해 낸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팀이 지난 4월 빅데이터를 통해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힐스테이트, 2위 롯데캐슬, 3위 푸르지오로 나타났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