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통합 발표에 노조·시민사회 반발… 통합 땐 본사 부산 와야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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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민사회 통합 철회 및 정책 재검증 요구하며 일제 반발
다만 통합 불가피하다면 가칭 한국항만공사는 반드시 부산에 와야

부산항 북항 신감만터미널에서 가동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 5기에 대해 올 연말까지 대대적인 유지보수 공사가 진행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북항 신감만터미널에서 가동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 5기에 대해 올 연말까지 대대적인 유지보수 공사가 진행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정부가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지역별로 분산된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통합 철회와 정책 재검증을 일제히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합 철회가 어렵다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가칭 ‘한국항만공사’는 반드시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힘이 실린다.

정부는 이날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로 합치겠다고 밝혔다.

통합 한국항만공사를 본사 형태로 두고 4개 항만공사를 지역 지사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항만공사의 자회사 5개도 수평적으로 통합돼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가칭)으로 출범한다.

현재 4개 항만공사는 각각 부산항은 동북아 컨테이너 물류 허브항,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거점항, 울산항은 에너지·액체 벌크 특화항,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원자재 중심항으로 각각 고유의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각 항만공사의 수익 창출 규모도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부산항만공사는 자산 8조 4598억 원, 매출액 4049억 원인 반면, 인천항만공사는 자산 3조 6873억 원, 매출액 1902억 원,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자산 2조 6384억 원, 매출액 1500억 원, 울산항만공사는 자산 8541억 원, 매출액 1075억 원이다. 이에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되더라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해양수도 부산에 설립되는 것이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4개 항만공사 운영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은 PA 통합 전담조직(TF)을 만들어 통합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는 통합 로드맵과 가칭 한국항만공사 본사 소재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현재는 통합하겠다는 계획만 나왔고 본사가 어디가 될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면서 “항만공사법을 개정해서 공사 체계를 다시 짜야 하고, 지금 4개의 항만공사는 지사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조정실이 통합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겠지만, 각 항만공사를 비롯해 지역의 업계나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론화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통합 방안을 만드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항만공사 사옥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항만공사 사옥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한편, 부산 시민사회와 부산항만공사(BPA) 노동조합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탁상행정”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 지역의 6개 시민단체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기능과 배후산업, 발전전략이 상이한 항만공사를 하나의 중앙집중형 조직으로 묶고 기존 공사를 지역지사로 격하시키는 것은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성장 거점인 항만의 정책과 투자 결정권을 중앙으로 회수하면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국회를 향해서도 통합 선결 과제인 ‘항만공사법’ 개정안 수용 거부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4대 항만공사 강제통합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부산·울산·경남·여수광양·인천 등 5개 지역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 항만업계와 연대해 법 개정 저지를 위한 전국 단위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부산항만공사(BPA) 노조를 비롯한 4개 항만공사 노조는 정부의 ‘기능 중복’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BPA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항만마다 취급 화물과 주요 고객, 배후 산업, 경쟁 상대가 완전히 다르다“며 “정기선 컨테이너 시장과 부정기선 에너지·벌크 시장은 영업 방식부터 요율 구조까지 판이함에도 ‘기능이 같다’고 규정한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질타했다.

통합 시 발생할 비효율과 정부의 재정 개혁 논리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노조 측은 개별 공사가 지사로 격하될 경우 급변하는 해운·항만 시장에 대한 적기 대응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가 개혁 배경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부채 누적과 방만 경영’ 프레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노조는 “항만공사는 항만 임대료와 사용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독립채산 기관으로 국고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특히 BPA는 지난해 기준 매출 4049억 원, 1인당 매출 14억 원의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원 역시 295명 수준으로 슬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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