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정보로 돈을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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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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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칼 외만
디지털 세상,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죽은 사람 SNS 계정과 정보 관리 중요
사기업 자본 논리에 이용당할 수 있어
디지털 유해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야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육신은 죽어도 데이터로 영생하는 시대, 어떤 정보를 남겨둘지 결정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리는 육체의 죽음이 삶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는 시대에 살지 않는다. 육신은 한 줌의 재나 흙으로 돌아가도, 우리가 생전에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 속에 새겨둔 데이터는 서버 안에서 영원히 숨을 쉰다. 디지털 흔적은 육신처럼 썩지도 않고, 손상되거나 삭제되지 않는 이상 영생을 누린다.

죽은 자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 즉 디지털 세계에서 여전히 함께 거주한다. 우리는 언제든 쉽게 그들을 볼 수 있다. 죽은 사람의 계정들이 자동으로 글을 올리기도 하고, 고인의 기록을 바탕으로 AI 챗봇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의 정치학자 칼 외만 교수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섬뜩하고도 실제적인 명제를 제시한다. 2060년이 되면 세계 최대의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에는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계정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제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죽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정의한다.

책은 거대한 데이터 뭉치로 남겨진 ‘디지털 유해’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 유해는 과연 누구의 소유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고인의 SNS 게시글, 메신저 대화록, 사진, 검색 기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고인의 인격과 삶이 담긴 영혼의 파편이다. 문제는 이 정보적 시체들이 유가족이나 사회 전체가 아닌, 메타, 구글, 애플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의 서버와 약관 아래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약관을 바꾸면 고인의 추억이 한순간에 증발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윤을 위해 고인의 데이터를 AI 학습 모델로 재활용하거나 상업적 광고에 이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망자의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 사후세계 산업'을 확장해 이윤을 증대시키고 있다.

과거 인류가 조상의 무덤과 유골을 함부로 상업화하지 않고 신성시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의 디지털 유해 역시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과거 인류의 역사적 기록이자 개인의 존엄이 담긴 유산을 몇몇 사기업이 독점하고 임의로 삭제하거나 가공하는 것은 일종의 '디지털 역사 왜곡'이자 문화적 손실이 될 수 있다는 걸 강하게 경고한다.

이 거대한 디지털 기록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누가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삭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곧 미래 세대가 어떤 과거를 기억하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된다.

전 인류가 디지털 세상에서 ‘잊혀질 권리’와 ‘정보의 보존 가치’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고인에게는 생전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디지털 세상에서 깨끗이 잊힐 권리가 있다. 반면 남겨진 이들에게는 고인을 추모하고 추억할 권리가 있으며, 후대 인류에게는 이 수많은 데이터가 21세기 인간의 삶을 증명하는 무수한 역사적 사료가 된다.

저자는 위대한 작가 카프카의 유산관리인이었던 막스 브로트가 “나의 모든 작품을 파괴해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의 원고를 세상에 남겨 불멸의 문학을 만들어낸 사례를 이야기한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이들이 맡은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 언젠가는 '디지털 유해'를 남길 시한부 당사자인 동시에, 타인의 디지털 유해를 관리해야 할 '잠재적 유가족'이다. 디지털 유산은 특정 인물이나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이다. 빅테크 기업의 약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틀을 통해 공공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카프카의 유산관리인이었던 막스 브로트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디지털 유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하며 책임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중요한 결정을 할 인류에게 귀중한 판단의 근거이자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칼 외만 지음/이영아 옮김/현암사/232쪽/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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