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축출하려고 제자까지 이용…부산 사립대 교수, ‘허위 고소·증거 위조’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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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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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학과 주도권 다툼 끝에 동료 교수 음해
제자 부추겨 허위 고소·녹취록 조작까지
법원, 교수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 선고

재판 이미지. 부산일보DB 재판 이미지.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동료 교수를 축출하려는 음모가 제자를 악용한 허위 고소와 녹취록 위조 사건으로 확대하며 파국을 맞았다. 동료를 몰아내고자 제자의 오해를 이용하고 폭언과 증거 조작으로 사법 기관을 기만한 대학교수에게 결국 유죄가 선고됐다.


■학내 갈등과 오해에서 비롯된 파국

부산의 한 사립대학교 같은 학과 A 교수와 B 교수는 2021년부터 교과목 배정, 교육과정 운영, 학생 성적 관리 등 학과 운영 전반을 두고 잦은 마찰을 빚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A 교수는 B 교수가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만들어 학과에서 몰아내겠다는 앙심을 품게 됐다.

2021학년도 2학기 B 교수의 수업을 듣던 학생 C 씨는 과제 미제출과 출석 미달로 ‘F 학점’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생 자격이 취소되자 불만을 품은 C 씨는 2022년 3월 “B 교수가 부당하게 F학점을 주었으니 다른 과로 인사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학 총장에게 제출했다.

해당 진정서에는 C 씨 외에도 A 교수도 동의서 작성에 가담했다. 이를 접수한 대학 교무처는 B 교수에게 공식적인 소명을 요구했다. A 교수가 제자의 성적 불만을 B 교수를 공격할 명분으로 삼아 학내 절차를 착수시킨 셈이다.

이에 B 교수는 2022년 4월 27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진정서 문제로 부당한 인사 처분을 받아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F 학점 수강생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피곤해 엎드려 자고 있던 학생 C 씨가 B 교수의 해명 과정에서 ‘진정서’, ‘성적(F 학점)’, ‘고소’ 등의 단어를 단편적으로 들으면서 오해가 발생했다.

C 씨는 자신이 B 교수를 상대로 진정서를 낸 당사자였기에, B 교수가 본인이 낸 진정서 사본을 들고 자신을 지목하며 고소해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극심한 불안감에 빠졌다. B 교수는 당시 “부당한 인사 조치가 있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을 말했을 뿐이었다.


■제자 부추긴 허위 고소

이를 알게 된 A 교수는 B 교수를 몰아낼 계기로 보고 학생 C 씨에게 고소할 것을 제안했다. A 교수는 연구실 컴퓨터로 고소장과 보충진술서를 직접 작성해 2022년 6월 10일 연제경찰서에 우편으로 C 씨 명의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는 ‘B 교수가 강의실에서 C 씨에게 진정서 사본을 보여주며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하고, F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해 우울증을 겪게 했다’는 허위 사실이 담겼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수사관의 추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C 씨는 진실을 털어놨다. 제자의 자백 사실을 알게 된 A 교수는 즉시 C 씨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문을 잠근 후 흉기로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폭언과 함께 다른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이에 결국 C 씨는 자백을 번복했다.

B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2022년 11월 부산지검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게 되자, A 교수는 이에 불복해 부산고검에 항고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A 교수는 C 씨와 다른 학생들을 동원해 B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피해를 본 것처럼 허위 답변을 하도록 하고 이를 녹음했다.

이어 해당 허위 녹음파일을 속기사무소에 맡겨 녹취본으로 제작한 후 부산고검 항고장에 해당 증거를 첨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출된 자료 등을 검토하던 부산고검은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배후에서 증거 조작 등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즉시 부산지검에 다시 수사를 하도록 하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부산지검은 결국 해당 증거가 위조된 정황을 밝혀냈고, A 교수와 C 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 “사법 기능 침해 엄벌”

부산지법 형사5단독 김현석 판사는 지난 14일 무고, 증거위조,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C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A 교수의 범행에 대해 국가 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 범죄라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A 교수는 자신의 동료 교수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지도학생을 부추겨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C 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자백하자 연구실로 불러 극언을 퍼부으며 자백 번복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항고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까지 동원해 거짓 진술을 유도하고 위조된 녹취록을 제출하는 등 수사기관을 기만했다”며 “이는 국가 형사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피고소인을 부당한 형사처벌의 위험에 빠뜨린 범행으로 죄질이 대단히 나쁘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C 씨에 대해서는 “지도교수의 그릇된 지시에 동조해 허위 고소를 저질렀으나, 수사 초기 과정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을 털어놓았다”며 “피해자인 B 교수가 C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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