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닫히는 지갑…유통가 경기전망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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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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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경기전망지수 92→88
가성비·필요한 것만 사는 소비 확산
편의점, 폭염 특수 끝나 48p 급락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 골라 사는 소비가 퍼지면서 연말 대목을 앞둔 소매유통업계의 경기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과 6대 광역시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조사한 결과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8로 3분기(92)보다 4포인트(P) 떨어졌다고 22일 밝혔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업체들은 가계의 지갑이 얇아진 것을 가장 큰 악재로 꼽았다. 4분기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203곳 가운데 70.0%가 ‘신중해진 가계 씀씀이’를 이유로 들었다.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둡게 보는 것은 아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6.6으로 한 달 전보다 2.1P 올라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그런데도 유통업체 체감이 식은 것은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 상품 선호가 예년과 같거나 늘었다는 응답은 78.4%였다. 필요한 것만 골라 사는 소량·목적형 구매가 같거나 늘었다는 응답도 83.6%에 달했다.

값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는 유통 채널 간 희비를 갈랐다. 온라인쇼핑은 74에서 82로 8P 올랐다. 실시간으로 최저가를 비교하고 할인 쿠폰을 겹쳐 쓰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덕이다. 반면 슈퍼마켓은 85에서 73으로 내려앉았다. 연말 대규모 할인행사를 여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로 장보기 손님을 빼앗긴 탓이다.

대형마트(112→111)는 김장철 식재료 수요와 신선식품 위주로 매장을 바꾼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연속 기준치를 웃돌았다. 전체 지수가 87이던 지난해 4분기에는 백화점(103)만 기준치를 넘고 대형마트는 81에 그쳤는데, 1년 만에 처지가 달라진 셈이다.

편의점은 계절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수가 127에서 79로 48P나 떨어졌다. 역대급 폭염에 음료와 빙과류가 잘 팔렸던 3분기 실적이 높은 기준점이 된 데다, 날이 추워지면서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백화점도 지수가 139에서 130으로 내려갔지만 5개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백화점의 기대는 국내 가계 지출보다 값비싼 겨울 외투와 연말 선물 같은 계절 수요, 외국인 관광객 소비에 쏠려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9월 방한 외국인은 150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늘었고, 이들의 카드 지출액은 15조 8449억 원으로 46.8% 증가했다.

대한상의 이승륜 유통물류정책팀장은 “가계의 신중해진 씀씀이와 유통 채널 간 경쟁 심화가 이어지면서 단기적인 체감경기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상의는 이번 지수에 대해 최근 5년 평균치(83)보다는 높다며 급격한 위축보다 완만한 조정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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