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시각 키운 핀란드 '포스트 디자인 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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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씨네핀하우스 디자이너

하나의 콘텐츠는 이야기와 인물, 이미지와 음악을 통해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전한다. 그렇다면 굿즈도 그 풍부한 경험을 여러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영화와 문화 콘텐츠를 상품으로 구현하는 굿즈 디자이너로서 줄곧 품어온 질문이다.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고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수록, 콘텐츠에 담긴 더 많은 가능성을 전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취향에 따라 소비되는 굿즈의 생산과 폐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재사용의 가능성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이 깊어지던 때 부산시와 부산디자인진흥원의 ‘부산 미래 디자이너 양성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익숙한 작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실마리를 찾고자 핀란드 알토대학교로 디자인 연수를 떠났다.

알토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움은 ‘포스트 디자인 씽킹’이었다. 주어진 과제에서 해답을 향해 곧장 나아가는 방식에 익숙했던 나에게, 문제를 둘러싼 관계부터 살피는 접근은 새로웠다. 물질과 환경, 제도와 지역사회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니 제품 하나를 만드는 일에도 생각보다 많은 주체와 과정이 얽혀 있었다.

이 관점은 굿즈의 환경적 영향을 고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재활용 소재를 고르는 데 집중했던 시선이 생산 수량과 포장, 사용 기간과 폐기 이후로 넓어졌다. 앞으로는 콘텐츠의 맥락, 디자인 결과물, 사용자의 경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함께 검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작품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지와 함께, 사용자가 왜 이 물건을 곁에 두고 오래 사용할지도 기획의 출발점에 놓으려는 것이다.

알토대에서의 배움은 현지 전시에서 본 장면들과도 맞닿아 있었다. ‘헬싱키 디자인위크’의 케이블 팩토리 디자인 마켓에는 핸드메이드 생활용품과 업사이클링 제품 등 작은 브랜드들의 작업이 모여 있었다. 규모는 작아도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제작자의 개성은 뚜렷했다. 각자의 손에서 출발한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취향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비타레 빌드 랩에서는 재료가 공간과 경험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목재와 점토 페인트, 천연석, 재활용 금속 등이 실제 공간에 적용된 형태로 전시돼 질감과 색상, 마감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 하비타레의 브랜드 부스들도 제품과 그래픽, 공간을 일관되게 구성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지가 함께 브랜드의 개성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영화와 해양, 관광도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씨네핀하우스는 K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굿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연수는 그 가능성을 제품과 경험의 연결에서 찾게 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상품에 담고, 그 정서를 오프라인 공간과 관람객의 참여, 디지털 콘텐츠로 이어가는 식이다. 현장에서 느낀 감동을 일상에서도 떠올릴 수 있도록 상품과 행사를 함께 기획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이와 같은 도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디자이너의 실무 역량으로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부산시와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추진하는 글로벌 디자인 교육 연수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확대되기를 바란다. 공공의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배움이 후속 실험과 교류로 이어질 때, 개인의 성장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나아가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8 세계디자인수도를 준비하는 부산에서도 창작자와 작은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할 토양이 중요하다. 부산의 영화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바다 건너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머무는 장면, 핀란드 디자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굿즈 하나의 가능성을 그만큼 넓게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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