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어디서 용변 보나…‘의령 리치꽃축제장’ 화장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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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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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화장실 4곳 모두 비장애인용
휠체어 탄 방문객 불편·불만 가득
“여태 민원 없어 미처 생각 못해”
기획부터 장애인 편의 점검 필요

7일 경남 의령군 지정면 2026년 기강리치꽃축제장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 강대한 기자 7일 경남 의령군 지정면 2026년 기강리치꽃축제장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 강대한 기자

경남 의령군이 운영하는 축제장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단 한 곳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장애인용 임시화장실 4곳을 설치하면서도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시설은 빠뜨려 장애인 등 이동약자를 사실상 뒷전으로 둔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령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정면 성산리 호국의병의 숲 친수공원에서 ‘2026 의령 기강 리치 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꽃단지는 남강변 일대 7.1ha에 조성됐으며 가우라·아스타국화·댑싸리·팜파스그라스·코스모스 등 6종의 가을꽃이 절경을 이룬다. 행사는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애초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추진된 행사였으나 지난해부터 의령군에서 주관하면서 지역 대표 축제인 ‘리치리치페스티벌’과 연계해 규모를 키워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만 29만 명이 방문하면서 1년 새 방문객이 약 36% 증가했다.

의령군은 올해도 축제장 조성을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점·사용 허가를 받고 임시 화장실 4곳을 설치해 방문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설치 비용으로 약 1800만 원을 투입했으나 모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일반 화장실이다. 휠체어 진출입이 가능한 경사로가 있는 장애인 전용·겸용 화장실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당장 장애인을 중심으로 불편·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령군 홈페이지 ‘군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지난 5일 축제장을 찾은 중증장애인이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민원이 올라왔다.

한 민원인은 자신을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으로 소개하면서 게시글에 “비장애인들은 현장에서 자유롭게 용변을 볼 수 있게 하면서 오히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꾹 참고 다른 데 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민원인은 축제 운영본부에 장애인용 화장실 위치를 문의했지만 “가까운 면사무소를 이용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축제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정면사무소까지는 약 5.5km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이동해도 8분가량 걸리며 도보로는 약 1시간 20분이 넘게 소요된다.

7일 경남 의령군 지정면 2026년 기강리치꽃축제장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 강대한 기자 7일 경남 의령군 지정면 2026년 기강리치꽃축제장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 강대한 기자

이에 의령군은 기강 리치 꽃축제장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준비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현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그동안 장애인 화장실 설치와 관련한 민원이 없어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강변 점·사용 협의를 통해 장애인 화장실 추가 설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남은 축제 기간 방문객 모두의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원이 없어서 몰랐다’는 행정의 판단 방식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장애인이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어 축제장을 찾지 못하면서 민원 제기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축제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과 이동약자 편의를 점검하는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남대 행정학과 권경환 교수는 “장애인이 오지 않으니 민원도 없고, 민원이 없으니 수요도 없다고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과 이동약자 편의를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현장 점검까지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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