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해양대, 대학·기업이 함께 푼 ‘원도심 과제’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 프로젝트 성과공유회 개최
지난 2일 ‘2026 지역상생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 프로젝트’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국립한국해양대 제공
국립한국해양대학교(총장 류동근) 학생들이 지역 건축사사무소와 한 학기 동안 부산 원도심과 수변 공간의 문제를 함께 조사하고 개선안을 내놨다.
국립한국해양대 앵커사업단(단장 천강우)은 지난 2일 부산테크노파크 해양물류산업센터 첨단강의실에서 ‘2026 지역상생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 프로젝트’ 성과공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대학 앵커사업단의 예산 지원으로 추진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해양건축공학과 학부생 중심의 4개 팀(Urban Weave, 결따라, 공일공, 매듭)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부산 원도심과 워터프런트 일원에서 현장 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 계획안 도출 등 과정을 수행했다.
학생 발표 모습. 국립한국해양대 제공
△Urban Weave 팀은 영도 대평동 깡깡이마을을 대상지로 삼았다. 친환경 선박 개조(Retrofit) R&D 센터를 산업 앵커로 넣어, 쇠퇴하는 수리조선업을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으로 전환하는 구상을 담았다.
△결따라 팀은 영도 대교동 수변에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인공 수로를 계획했다. 바라보기만 하던 바다를 ‘물과 직접 스치며 머무는 수변’으로 바꾸는 체류형 워터프런트를 제안했다. 그 안에 집객·식음·문화·체험·휴식의 5대 친수 구획을 배치했다.
△공일공 팀은 영도 남항서로 준공업지역을 다뤘다. 이 지역의 유휴 공간인 ‘X-스포츠 광장’에 공중 보행 데크와 배후 주거지를 하나로 이어지는 입체 방재-보행 체계로 설계했고, 기존 철골 트러스를 살린 신·구 하이브리드 리모델링을 통해 철공 장인의 기술 전승과 청년 창업을 잇는 ‘Metal Craft R&D 센터’도 제안했다.
△매듭 팀은 충무동 새벽시장과 폐냉동창고 일원을 대상지로 했다. 핵심은 공간이 아닌 ‘시간’을 설계 변수로 끌어들인 ‘24시간 타임 조닝’이다. 시간대를 달리하며 수산물 하역·경매에 이용되는 공간을 시민의 친수 여가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의 폐창고는 1층을 폴딩도어로 개방해 수산 아카이브와 푸드테크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인근 지하철역에서 수변 광장으로 이어지는 공중 진입 브릿지도 구상했다. 새벽시장 상인회와 청년이 함께 운영하는 수변 야시장 거버넌스 모델까지 제시해 생업과 여가가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올해 리빙랩은 대상지를 넓히고 기업 참여 방식도 바꿨다.
지난해 동구 일대 골목을 중심으로 ‘주거환경 개선 및 유휴공간 활용방안 8선’을 제안했다면, 올해는 대상지를 원도심과 수변 공간으로 넓혔다.
기업 참여도 달라졌다. 지난해 협력기업이 지산학 거버넌스의 일원으로 참여해 결과물 평가 등에 힘을 보탰다면, 올해는 학생과 기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실무 협업형으로 운영됐다.
협력기업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대표 한영숙)는 강연이나 단발성 멘토링에 머물지 않았고, 프로젝트 전 과정에 실무진이 참여해 학생들과 함께 수행했다. 특히 학생들은 8주간 매주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진과 함께 과제를 발전시켰다.
기업은 현장 조사·분석부터 계획 방향 설정, 아이디어 구체화, 결과물 보완까지 프로젝트 전반의 과정을 점검하고, 특히 이창민 소장이 중심이 돼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지역과 현장 여건에 부합하도록 실무 관점에서 멘토링했다.
이 과정에는 AI 기반 분석·시각화 특강, 통영 봉평지구 도시재생 현장인 ‘리스타트 플랫폼’ 답사, 회사에 재직 중인 동문 선배의 실무·진로 특강이 함께 진행됐다.
근로자·상인 인터뷰와 설문으로 얻은 현장 데이터는 ‘문제 정의 → 분석 → 전략 → 공간계획’의 논리로 정리됐고, 최종 결과물은 A0 패널과 모형으로 완성됐다.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한영숙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전공 활용 능력과 문제해결 방식, 협업과 의사소통 역량을 프로젝트 과정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학생은 강의실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실제 업무와 연결해 보고, 기업은 학생의 업무 수행 과정과 잠재 역량을 가까이에서 확인했다. 구직자와 기업 간 채용 미스매칭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프로젝트를 총괄 지도한 오광석 해양건축공학과 교수는 “올해 리빙랩은 학생들이 지역을 ‘과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현장’으로 경험하게 한 데 의미가 있다”며 “실무자와 같은 테이블에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제안이 한층 현실적이고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연간 워크숍 시리즈와 팀별 평가를 직접 설계·운영하고, 대상지 선정부터 최종 결과물 완성까지 학생·기업·지역을 잇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다.
그는“대학이 지역 문제해결과 인재 양성, 기업의 인재 확보를 한 구조 안에서 연결하는 모델로 리빙랩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대학 앵커사업단은 이번 리빙랩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지역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스마트 해양·항만 분야 산학연 협력 등 대학과 지역산업을 잇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강우 앵커사업단장은 “앵커사업단은 대학이 보유한 교육·연구 역량을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번 리빙랩처럼 학생과 기업,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지산학 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일 부산닷컴 기자 ksol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