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아 법원에 낸 임차권등기명령만 7년간 1만 6000여 건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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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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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시기·장소와 겹쳐
통계에 안 잡힌 피해 더 많아

부산에서 전월세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사례가 최근 6년 10개월 동안 1만 6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린 시기에 신청 건수도 폭증한 데다 피해 지역까지 상당 부분 겹치면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전세사기 피해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부산의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누적 신청 건수는 모두 1만 6164건으로 집계됐다. 신청 건수가 가장 많은 구는 부산진구로, 3776건을 기록해 전체의 23.4%를 차지했다. 이어 수영구(2114건), 연제구(1202건), 동래구(1201), 남구(1199건) 순으로 신청 건수가 많았다. 부산의 이들 다섯 개 구가 전체 신청 건수의 58.7%를 차지한 셈이다.

동별로 보면 신청 건수가 많은 곳 역시 이들 구에 속해 있었다. 2023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수영구 광안동이 1289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제구 연산동이 837건으로 2위였다. 이어 동래구 온천동(821건)과 부산진구 부전동(778건), 남구 대연동(718건)도 신청 건수가 많은 동으로 나타났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많이 누적된 구와 동은 부산에서 전세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한 지역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은 1991년부터 1월부터 도입된 제도로, 전월세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다. 물론 모든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전세사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값 하락이나 임대인의 일시적인 자금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전세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급증한 시기는 일치한다. 2022년 월평균 48.5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2023년 247건을 기록하며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2024년에는 전년보다 83% 증가한 452건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드러난 전세사기 피해 인정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을 위한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 실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공식 통계에 훨씬 적게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전세사기를 당한 한 임차인은 “같은 건물에서 같은 임대인에게 피해를 당했는데도 다른 세입자는 인정받고 나는 탈락했다”며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일반 세입자가 이를 어떻게 증명하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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