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친 슈퍼마켓 냉장고 해킹… 식품망 경고등
유럽 9개국 냉장설비 뚫려
성에 제거 모드 원격 전환
EU “사이버 보안 강화해야”
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약 30km 떨어진 부르트메르베크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IT 장애 발생 후 텅 비어 있는 냉장고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들에서 벌어진 냉장고 해킹 사태가 유럽 상당수 국가들에서 재연되면서 유럽 식품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등지에서 슈퍼마켓 체인 등 식료품 유통 업체들을 노린 사이버 공격으로 냉장고와 냉동고 온도가 치솟은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 지난달 중순 여러 업체의 슈퍼마켓 냉장고 온도를 50도로 올리는 사이버 공격이 벌어져 약 700개의 점포가 무더기로 피해를 본 지 보름여 만에 유사한 사례가 서유럽과 북유럽 곳곳으로 확산된 것이다.
벨기에 슈퍼마켓 체인 델레이즈(Delhaize)는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벨기에 전역의 약 40개 매장과 이웃 룩셈부르크 일부 매장에서 냉장 시스템을 노린 IT 문제가 발생해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았다고 밝혔다. 까르푸 벨기에도 벨기에 전역의 매장 700여 개 가운데 15개 매장에서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언론 RTL 인포에 따르면, 상당수 매장 관리자들이 2일 새벽 4시께 델레이즈로부터 냉장 설비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경고를 전달받았다. 이들 매장의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는 15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보고됐다. 영향을 받은 매장 관리자와 직원들은 재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매장으로 출근하는 한편, 일부 매장은 냉장 트럭을 동원해 상품 보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델레이즈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기업 아홀드 델레이즈도 이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있는 수십 개 슈퍼마켓의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IT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슈퍼마켓 체인 ICA와 쿠프(Coop) 매장 일부에서도 이날 냉동고 온도가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현지 신문 아프톤블라데드가 보도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해킹처럼 해커들은 이번에도 냉동·냉장 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작해 냉장고와 냉동고를 성에 제거 모드로 전환하고, 내부 온도를 높이는 방식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에서 발생한 잇따른 해킹 사태에 “이번 사건은 디지털 위협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면서 EU 전역에서 사이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프랑스 사태를 비롯해 이번 해킹 사태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나 개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덴마크 엔지니어링업체 댄포스(Danfoss)는 지난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슈퍼마켓의 냉동고 해킹 사건에 자사의 냉동 제어 시스템이 연루되었다면서 “지난 3주간 고객들과 긴밀히 소통해 왔으며, 고객들이 현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