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좋은 일자리가 해양수도권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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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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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해양 MRO 분야 알짜 대기업도
우주항공 유망 스타트업도
부산 떠나 수도권행
고급 인력 구하기 어렵다는 말
해양수도 부산의 초라한 민낯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산업생태계에도 긍정적 변화
부울경 도약 기회로 만들어야

HD현대마린솔루션이 부산을 떠난 건 지역으로서는 뼈아픈 일이었다. 부산 유일의 대기업 계열사로 시가총액에서 지역 1위 기업이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 AS와 보증 서비스 부분 등을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독립 법인을 설립하고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둥지를 튼 게 2016년 11월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삼성자동차 이후 첫 대기업 유치 사례로 부산이 들썩였다.

법인 신설 당시 2000억 원 수준이던 연 매출은 선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2021년 1조 원을 돌파했다. 2023년 사명을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바꾸고 2024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현대마린솔루션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신 떠나는 길을 택했다. 2025년 3월 공시를 통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모기업 HD현대 글로벌리서치센터(GRC)로의 본사 이전 사실을 공식화했다. 본사를 옮긴 후 코스피200 기업에 편입하고 시가총액 8조 원을 돌파했다. 그렇게 부산은 배를 짓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회사, 연구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알짜 해양 기업을 잃었다.

대기업 유치는커녕 있는 기업 하나 지키지 못한 부산시의 행정 실패는 차치하고라도 말로만 해양수도인 지역의 초라한 민낯을 드러낸 일대 사건이었다. 산학연 협력으로 지역혁신을 이루겠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해양 혁신클러스터까지 만들었는데 정작 해양 대기업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며 서울로 떠나는 게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지역을 등진다는 비판에 이기동 대표는 “나도 부산대 출신이지만 지역에서는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대마린솔루션의 수도권행은 그렇게 판교가 청년들의 취업남방한계선이라는 씁쓸한 현실만 각인시킨 꼴이 됐다.

스타트업이라고 현실이 다르지 않다. 항공우주 유망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2019년 서울에서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 영도에 자리 잡았다. 부산시가 지자체 최초 초소형 해양관측 위성 ‘부산샛’ 발사를 계기로 유치한 기업이었다. 지역 이전 당시 7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4년 43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Ⅱ’에 나라스페이스가 만든 위성이 탑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벤처투자가 쏟아지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서울로 돌아갔다. 80명의 직원도 모두 떠났다. 부산시가 부산기술창업투자원까지 설립하고 창업도시를 외쳤지만 정작 유망 스타트업은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런 씁쓸한 현실에서 대형 조선사들이 부산에 R&D센터를 설립하고 확장한다는 건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품게 하는 소식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136억 원을 투자해 부산진구 부전동에 2700평 규모의 엔지니어링센터를 추가로 조성하고 2028년까지 상선·해양플랜트 분야 설계 및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채용키로 했다. 앞서 삼성중공업도 86억 원을 투자해 기존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R&D센터를 1700평 규모로 확장해 새로운 통합 설계 거점을 조성하고 2028년까지 해양 설계 및 연구개발 분야 우수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할 계획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가 경남과 울산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생산 현장은 물론이고 R&D와 기획, 영업, 금융 등 산업생태계가 부울경 경제권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래야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해양수도권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부산 R&D센터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추적 R&D 기능과 전문 연구 인력은 판교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후 HMM 등 해운 대기업 이전이 잇따르면서 부산의 기업 판도에도 긍정적 변화가 생기는 것도 지역이 바랐던 해수부 이전 효과다. 3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에 부산 기업 HMM이 60위로 이름을 올렸고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도 31곳으로 늘었으며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 합계도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했다.

부산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전재수 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해양수도 부산 세일즈단’ 발대식을 갖고 기업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선급(KR)은 연구시설인 군산TCC(그린 기자재 시험·인증센터) 부산 이전 의사를 밝혔다. 이런 게 해양수도권 조성에 필요한 변화다. 전재수 시장은 불법이 아니라면 기업 유치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결기를 보였다. 5극 3특이니 메가 특구니 정책들을 갖다 붙여 본들, 결국 해양수도권의 미래는 좋은 일자리로 결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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