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억원 "산은 이전 않기로"… 도대체 정부 진의는 뭔가
금융 수장 발언, 단순 말실수 넘길 일 아냐
정책 폐기 사실 여부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가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 수장이 한 발언인 만큼 단순 말실수나 실언으로 그냥 넘길 수 없다. 발언 중 “국회에서도 하지 않기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은 이 위원장 개인 생각만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 위원장은 산은 이전이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임을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추궁 끝에 이 위원장도 “국회에 권한이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언급한 ‘국회’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논의를 한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 위원장 발언으로 부산 시민들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금융당국 수장 발언이 갖는 파급력 때문이다. 부산 시민들이 오랜 기간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당장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는 산은 부산 이전을 공식 철회한 것인지, 계속 추진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나섰다. 부산의 산은 이전 요구는 2008년 정부의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 당시부터다. 산은이 옮겨와 파생·해양금융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감을 키워온 지 벌써 20년이다. 남부 지역을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하고, 국가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이다. 포기하거나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금융위 수장이 국감장에서 산은 이전 정책 폐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산은 이전 의지가 의심받게 됐다. 정부가 당장 정확한 진위부터 밝혀야 한다. 이 위원장은 산은 이전 문제를 주관하는 책임자다. 그가 산은 이전이 무산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산은 이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뻔하다. 부산시와 부산 여야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본다”고 넘길 일이 아니다. 산은 이전이 폐기 위기에 처했을지 모르는데 중앙정부와의 마찰을 우려해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 공식 질의서를 보내 산은 이전 의지를 재확인하고,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얼마 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책임감을 가지고 임기 동안 부산을 직할한다는 각오로 오겠다”고 했다. 산은 이전을 챙기지 않으면서 책임감을 얘기할 순 없다. 산은 이전은 부산 시민에게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상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에 해양수산부와 해운 대기업 이전이라는 마중물을 흘려보냈다. 그 마중물이 흐르도록 만들 실질적 정책이 산은 이전이다. 산은 이전이 무산되면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도 불가능하다. 금융중심지 부산의 경쟁자는 싱가포르나 홍콩이다. 정책금융 역량조차 없다면 경쟁력은 어디서 만들겠는가. 이제 이 위원장의 발언이 실언이었음을 증명할 방법은 산은 이전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 말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