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점 국립대, 700억 원으로 서울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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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부산대 명예교수 사회혁신연구원 이사장

정부는 서울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구상 아래, 부산대를 비롯한 3개 대학을 1차 선도대학으로 선정하고 대학당 연간 700억 원씩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수십 년간 지방 거점 국립대가 겪어온 좌절감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지역 사회와 함께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겉포장을 뜯어보면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선 연간 700억 원이라는 지원 규모다. 올해 서울대의 정부 지원금은 약 1조 3000억 원으로, 부산대(약 5500억 원)보다 무려 7500억 원 이상 많다. 단순 계산으로 700억 원을 10년 동안 꼬박 지원받는다고 해도 서울대와 부산대의 ‘단 1년 치’ 격차조차 메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격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60여 년간 누적된 격차는 수십 조 원에 이를 것이며, 여기에 대기업과 자본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민간 기부금, 발전기금, 산학협력비의 차이까지 더하면 그 격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그 축적된 자본의 힘으로 구축한 인프라는, 1960~70년대 서울대에 버금가던 거점 국립대의 위상을 전국 20위권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기도 하고 돈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지만, 과연 연간 700억 원으로 이 오랜, 엄청난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감사하지만 아쉽게도 돈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지금의 거점 국립대 현실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죽을 벗겨내는 아픔이 동반되는 두 가지 과제를 제안해 본다.

우선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정부의 혜안이 필요하다. ‘국립’이라는 공적 틀 안에 대학 운영을 묶어두고 자율성을 외면해 온 결과가 바로 오늘의 몰락임을 직시해야 한다. 답은 교육부에 있다. 60년 전의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정원과 예산으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과기부가 지원해 만든 또 다른 국립대학(?)의 성공 사례인 카이스트(KAIST)가 누리는 자율성과 재정 규모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두 번째 과제일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대학 체질을 과감하게 고치려는 자구 노력이 그것이다. 아직도 ‘구성원 모두의 직접선거’로 뽑는 4년마다의 총장선거로 인한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과 융합과 통합교육을 외면하고 기득권을 고집하는 백화점식 학과 운영으로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성찰이다. 2009년 샤이 레셰프(Shai Reshef)는 비영리 온라인 대학인 ‘University of the People’을 설립했다. 현재 15만여 명의 학생이 등록해 거의 무료로 미국 대학 학위를 받는다. 60년 전의 희소성에 안주해 온 고등교육의 틀을 흔드는 평생교육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명적 변화 앞에 무엇을 준비해 왔는지 냉철히 자문해야 한다.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핵심은 단순히 돈에 있지 않다. 낡은 강의실은 돈으로 바꿀 수 있지만, 대학의 학문적 수월성과 창의성은 돈만으로 사 올 수 없기 때문이다. 5년간 투입될 3500억 원의 재정 지원이 지난 60년의 몰락을 끊어내고 향후 60년을 이끌어갈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며,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교육부의 결단과 고통스러운 내부 혁신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서울대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우리 지역에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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