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의 유행 너머] '먼작귀'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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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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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동그란 얼굴에 까만 눈, 조그만 입과 발그레한 볼. 세상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이 귀여운 녀석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일본 인기 만화 ‘치이카와’의 극장판이 개봉 4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인형과 키링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한정판 굿즈에는 수십만 원의 웃돈까지 붙는다. 대체 이 작고 귀여운 녀석들에게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국내에서 ‘먼작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로 알려진 치이카와의 인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지난 1~14일 치이카와 관련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1304% 급증했다. ‘치이카와×9090’ 키링은 발매 가격의 16.7배인 최고 44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치이카와의 인기에는 귀여움의 심리학이 숨어 있다.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제시한 ‘베이비 스키마’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둥근 얼굴과 큰 머리, 짧은 팔다리 등 아기를 연상시키는 특징에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치이카와의 단순하고 동글동글한 외형도 이런 특징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치이카와가 귀엽기만 했다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세상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꽤 험난하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자격증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며, 무서운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한다. 주인공 치이카와는 겁도 많고 눈물도 많다. 그래도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귀엽기만 할 것 같은 주인공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반전 세계관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귀여운 외모에 이끌려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고단한 현실을 견디는 캐릭터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 작은 성취에 기뻐하다가도 실패에 좌절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삶과도 닮았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캐릭터가 예상 밖의 시련을 겪을수록 안쓰러움과 응원의 마음이 쌓이고, 애착으로 이어진다.

애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팬덤으로, 다시 굿즈 소비와 영화 관람으로 확장된다. 귀여운 캐릭터를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좋아하는 존재를 일상 가까이에 두고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이 치이카와에 빠지는 이유는 현실이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험난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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