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원종하 인제대 교수·전 김해인재양성재단 대표이사
지역 도시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위기는 분명하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그리고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다. 많은 도시들이 기업 유치와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그 성장을 이끌 ‘사람’이 부족한 현실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해시가 설립한 김해인재양성재단은 단순한 교육지원 기관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더 이상 물리적 조건에 있지 않다. 도로와 건물, 산업단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얼마나 준비된 인재를 키워내고, 그 인재가 지역에 정착해 다시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김해인재양성재단은 바로 이러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김해가 ‘사람 중심 교육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반을 놓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동안 시 차원의 교육 지원이 장학금 중심의 지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인재 양성’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학생 개개인을 돕는 차원을 넘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김해는 의생명산업과 제조, 문화관광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갖추고 있다. 재단은 이러한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재 양성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과 청년은 물론, 중장년과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평생학습 체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시민 모두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복합적인 개념과 사고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해인재양성재단은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춘 평생교육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재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 참여 역시 필수적이다. 행정 중심의 일방적인 운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 지역 기업의 후원, 대학과 교육기관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재단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관 운영을 넘어, ‘시민이 함께 만드는 인재 양성 생태계’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재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김해인재양성재단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해만의 차별화된 인재 양성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타 지역의 사례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김해의 산업 구조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 없이 장기적인 인재 양성은 불가능하다. 시민 펀드, 기업 협력, 공공과 민간의 연계 모델 등을 통해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과 창업 지원 정책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더라도 그들이 떠난다면 도시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김해인재양성재단은 교육과 일자리, 정주 환경을 연결하는 통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는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 인재를 키우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니지만,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다. 김해인재양성재단의 출범은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김해가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김해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김해가 ‘사람을 키우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그 의미 있는 도전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