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 긴 소득 공백, 재취업도 임시·일용직 대부분
국민연금 수령 최대 5년 지연
단계적 정년 연장·재고용 필요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가 단계적으로 늦춰지면서 정년 이후 소득이 뚝 끊기는 소득공백이 최대 5년까지 늘어난다.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중고령층 다수가 일자리를 찾고 있음에도 대부분은 질 낮은 임시직과 시간제로 밀려난 것으로 분석됐다.
2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중고령층 소득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 시작 나이는 2013년부터 2033년까지 5년에 1세씩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올해 기준으로 1961~1964년생은 국민연금 지급연령이 63세여서 정년퇴직 후 3년 동안 연금을 받지 못한다. 또 올해 정년퇴직하는 1966년생은 4년간, 1969년생 이후로는 5년간 소득공백 상태가 된다.
국가가 이처럼 제도적 공백을 만들어놓고도 마땅한 완충 장치가 없어 생계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됐다. 실제로 60~6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2025년 66.7%로 뛰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15~64세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인구비율을 말한다. 즉, 경제활동에 계속 참여하려는 의지가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자리 질은 곤두박질쳤다. 1961~1964년생 소득 공백기 고용률은 66.5%로 정년 전(73.8%)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대부분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60세 이후 일자리를 다시 구한 재진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은 61.3%에 달했고, 정규직은 22.1%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직장에 계속 남은 사람들의 정규직 비율(59.0%)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대부분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이었고,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저임금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구 살림살이도 어려워졌다. 공백기 가구 소득 중 근로·사업소득 비중은 83.0%로 여전히 노동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나머지는 이자나 배당 등이다. 하지만 가장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배우자가 일을 늘려 빈자리를 메우는 완충 효과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이 소득 공백기에 정년 전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 수준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든 가구는 1957~1960년생은 17.2%, 1961~1964년생은 15.6%에 달했다.
이들 소득 급감 가구는 외식·여가·옷값 등 소비를 정상 가구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였지만, 70.2~72.5%는 가계 수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기존에 대안으로 꼽히던 금융이나 연금 제도도 저소득 취약계층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중고령층 가구의 자산은 70% 이상이 집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당장 생활비로 쓸 현금이 부족했다.
심층 면접조사 결과 남성은 나이 제한과 경력 불일치로 재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걸려 넘어졌고, 여성은 체력 한계 탓에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노부모 간병비와 병원비, 치솟은 식비 탓에 줄일 수 있는 지출도 없어 사회적 관계마저 끊어졌다.
연구진은 연금 시작 연령에 맞춘 단계적 정년 연장과 중소기업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소득이 있는 60세 이상 근로자부터 국민연금 가입 연령을 연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