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양산의 계란, 축제가 되다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평범한 계란, 관광 콘텐츠로 재발견
유명 셰프 참여 세계 각국 요리 선봬
가족·아날로그 감성 더해 축제 차별
지역경제 연계 지속 가능한 축제로
언제부턴가 TV를 켜면 셰프들이 앞다퉈 등장한다. 낯선 식재료는 물론 집 안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리하는 모습 자체가 볼거리가 되고, 셰프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처음엔 1~2년이면 사라질 유행인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방송에서 소개된 식당을 찾아가고 요리법을 따라 하는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됐다.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음식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요리도 누구나 배우고 즐기는 문화가 됐다.
이런 변화는 지역 축제의 모습도 바꿨다. 특산물 전시·판매에 그쳤던 행사들이 먹고, 체험하고, 즐기는 미식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전주비빔밥축제와 광주김치축제가 지역 전통 음식과 식문화를 알린다면, 김천김밥축제와 구미라면축제는 평범한 먹거리도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의 경쟁력은 음식에 지역의 이야기를 입히고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기획력에 달린 것이다.
경남 양산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축제가 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에그야 페스타’다. 양산의 특산물인 계란을 주제로 한 이 축제에는 첫해부터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평범한 식재료를 축제 중심에 세워 호응을 끌어낸 것이다. 양산의 먹거리도 기획력에 따라 사람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는 7~8일 열리는 올해 축제는 ‘가족’과 ‘아날로그 감성’을 더했다.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맛보고 사진을 찍으며 잔디밭에서 게임과 체험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드는 축제로 꾸민 것이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에 출연한 ‘제일번’ 곽동훈 셰프를 푸드 디렉터로 해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계란 요리를 선보인다. ‘중식 마녀’ 이문정과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등 유명 셰프도 참여한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접하는 계란에 세계 여러 나라의 조리법과 셰프들의 전문성을 더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계란은 아침 식사부터 간식, 각종 요리와 디저트까지 쓰임새도 다양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친숙한 식재료이지만,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에그야 페스타는 이 평범한 식재료에 요리와 체험, 볼거리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지난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계란말이 퍼포먼스가 올해는 선거법 관련 문제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지 못하게 됐다.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란이라는 축제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방문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다른 지역에서는 초대형 회비빔밥이나 김밥을 만드는 장면이 행사나 축제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모습은 축제의 흥겨움을 더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되면서 홍보 효과도 거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법으로 축제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올해는 지방선거도 이미 마무리된 만큼, 법의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지역 축제의 참신한 기획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적용 기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축제의 성과가 방문객 숫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방문객이 인근 식당과 상점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유명 셰프와 지역 요리사가 함께 양산만의 계란 요리를 개발하고 SNS 등을 통해 꾸준히 알린다면 축제가 끝난 뒤에도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 지역 농업과 관광, 상권을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양산은 통도사 등 역사·문화 자원과 낙동강변 황산공원, 사통팔달의 교통망 등 관광 기반을 잘 갖추고 있다. 여기에 미식까지 더하면 관광객이 머무를 이유도 늘어난다.
음식 축제를 단순한 연례행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이름을 알리고 소비를 창출하는 관광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밥과 라면, 국수가 지역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양산의 계란이라고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음식이 문화가 되고 축제가 되는 시대다. 에그야 페스타는 지난해 미식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올해는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지역 경제와 연결해 양산을 대표하는 미식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평범한 계란 한 알이 양산을 알리는 특별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