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의 얼굴이 오락실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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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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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사회부 기자

“부산을 처음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여줄 모습이 바다 다음으로 오락실, 가챠숍이라면 너무 씁쓸하지 않을까요?”

광안리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지난달 〈부산일보〉 취재진이 직접 광안리 해변 1.4km 구간의 1층 상가 200여 곳을 살펴보니 오락실과 인형뽑기·가챠 전문점은 21곳이었다. 카페 17곳보다 많았다. 가챠는 돈을 넣고 기계를 돌리면 무작위로 장난감이 담긴 캡슐이 나오는 기계다. 해운대와 서면 등 부산 주요 번화가에서도 비슷한 업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 관광의 중심은 과거 태종대와 해운대를 거쳐 최근 광안리로까지 확장됐다. 그러나 관광지는 바뀌어도 거리를 채우는 가게들은 오히려 비슷해지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업종에 자본이 몰리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유행이 지나간 뒤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 3~4곳이나 있던 탕후루 가게는 모두 사라졌다. 없어서 못 팔던 ‘두바이 쫀득 쿠키’의 열기도 어느새 식었다. 오락실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유행이 지나도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임대료다.

광안리에서 만난 한 상인은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많이 드는 식음료 업종 특성상 해변가에서 수천만 원대 임대료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월세가 5000만 원 안팎인 해변 상가 4곳 가운데 3곳은 대형 오락실이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 번 올라간 임대료는 건물 가치와 연결돼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행 업종이 떠나도 다음 가게는 수천만 원의 월세를 감당해야 한다. 개성 있는 식당이나 카페 대신 또 다른 유행 업종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유행은 바뀌지만 거리의 모습은 점점 획일화되는 되는 것이다.

걱정은 광안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 홍대나 수도권 번화가에서 유행한 매장들이 부산의 대표 관광지까지 똑같이 들어온다면 부산만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광안리에서 만난 한 미국인 관광객은 “10년 만에 다시 방문했는데 예전에는 전통적인 상점이나 식당이 더 많았다”며 “오락실도 재미있지만 지금은 너무 많다. 현지인과 교류하기보다는 관광객이 돈을 쓰도록 만든 곳처럼 느껴져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 부산 관광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 1~9월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약 39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을 불러들인 힘은 어디에 있을까. 바다와 항구,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개성 있는 골목과 음식, 그리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의 매력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매력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이어지려면 민간의 개성 있는 시도도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새로운 문화행사를 제안할 때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행정 풍토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한 대표는 서울에서는 새로운 기획을 실현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지만, 부산에서는 “하던 거 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행사 하나를 성사시키려 하면 진취적인 주무관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상권이 침체하면 빈 점포가 눈에 띄지만, 호황기에는 무엇이 사라지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10년 뒤에도 광안대교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때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부산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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