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부적절” 운운하지만 실상은 ‘문재인 생가’ 갈등 때문? [거제 ‘근현대 소통공간’ 시의회 제동]
지역사 조명 사업에 문 생가 복원 포함
국힘 시의원들 “수해 복구 먼저” 주장
지난달 30일 소관 상임위 통과 못 해
5일 본회의 재상정 따른 정쟁 가능성
경남 거제시가 문재인 전 대통령 생가 복원을 포함해 기획한 ‘근현대 역사문화 소통공간’ 조성 사업이 지방의회에 제동이 걸렸다. 첫 단추가 될 용지 매입 계획이 야당 반대에 막혀 소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본회의에 재처리를 강행한 태세라 진통이 예상된다.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제266회 제1차 정례회 5차 회의에서 ‘2027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계획안에 포함된 4건 중 ‘근현대 역사문화 소통공간 조성사업의 건’만 제외한 3건만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1시간 넘게 찬반 토론이 이어졌고 거수 표결 결과 찬성 4명, 반대 4명이 나왔다. 행복위는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힘 4명 구성이다. 여당은 전원 찬성, 야당은 전원 반대했다. 회의 규칙에 따라 가부동수는 부결로 친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을 중심으로 거제의 근현대사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교육·문화 교류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야생화 정원과 광장을 더한다. 총사업비는 109억 9900만 원. 이 중 6억 원 상당을 들여 문 전 대통령 생가도 복원한다. 5개년 사업으로 내년에 부지 매입비 등으로 21억 원을 우선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추진 시기와 재정 여건 등을 짚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동수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난 광복절 연휴 극한 호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수해 복구가 마무리된 이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현아 의원도 “굳이 지금 이 시점에 한다면 시민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짚었다.
반면 민주당은 역사문화적 가치와 관광 인프라 구축을 통한 낙후된 서부권 경제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미영 의원은 “관광객 체류시간 늘리고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순 의원은 “관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 어렵다고 멈추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상임위 심사에선 탈락했지만, 사업이 백지화한 건 아니다. 민주당이 오는 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임위 수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표결에 부칠 경우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수정안을 부결시킨 뒤, 집행부 원안을 재상정해 가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의회는 민주당 10석, 국민의힘 6석이라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인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데다, 사업의 정책적 타당성과 별개로 전직 대통령 생가 복원을 둘러싼 정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거제시는 문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7년 생가 복원 사업을 검토했으나, 당시 청와대가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업을 전면 보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강행할 태세다. 원내대표인 이태열 의원은 “찬반이 팽팽한 만큼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수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행정이 하나에만 매달릴 순 없다. 미래도 준비해야 한다. 동료 의원들과 논의 후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1953년 1월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까지 거제에서 생활을 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산 영도로 터전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