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돈 조반니, 나쁜 남자의 치명적 매력
모차르트 요제프 랑게. 위키미디어
음악평론가
모차르트는 35세의 짧은 삶의 여정에 약 20편의 오페라를 남겨놓고 떠났다. 특히 인생의 후반기에 작업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 피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 오페라 중 매우 주관적으로 딱 한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돈 조반니’를 택하겠다.
돈 조반니(프랑스에선 돈 쥐앙, 스페인에선 돈 후안)라는 문제적 인물은 이미 바로크 시대 초기에 등장했다. 1630년경 스페인 수도사가 쓴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석상 손님’에서 출발했으며, 곧바로 몰리에르, 골도니 등의 연극에 등장했다. 모차르트 이후엔 푸시킨의 희곡 ‘석상 손님’, 호세 조리야의 희곡 ‘돈 후안 테노리오’, 피터 한트케의 소설 ‘돈 후안’, 사라마구의 희곡 ‘돈 조반니’ 등으로 이어져 현재에도 여전히 인기 높은 캐릭터임을 증명하고 있다. 아마도 파우스트, 햄릿, 카르멘 등과 함께 서양 문화사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썼고, 1787년 오늘, 체코 프라하 에스타테스 극장에서 초연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가 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여기에 다 쏟아부었다. 더하여 희극도 비극도 아닌 로렌초의 대본은 등장인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기존의 규범과 질서를 거부하고 ‘쾌락의 원칙’으로 살아가는 삐뚤어진 영웅 돈 조반니. 그는 왜 회개하기를 거부하고 끝내 죽음을 택했을까? 모차르트는 왜 이 악인을 택해서 그토록 매력적인 음악을 부여했을까? 어떻게 고전주의 시대에 이처럼 악마적이고 탐미적인 해석이 가능했을까? 극이 끝나고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게 만든다.
그래서 로시니는 ‘돈 조반니’를 ‘오페라의 성경’이라 했으며, 바그너마저도 “모든 오페라 중의 오페라”라고 극찬했다. 또한 작가 E.T.A.호프만은 자신의 단편 소설 ‘돈 후안’을 통해 지상에서는 이룰 수 없는 절대적 미를 갈구하다 스러져가는 ‘낭만주의적 비극의 주체’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멋진 곡으로 가득하다. 1막에 나오는 ‘카탈로그의 노래’ ‘샴페인의 노래’ 그리고 돈 조반니와 체를리나의 이중창, 2막에 나오는 돈 조반니의 칸초네타와 최후의 6중창까지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명곡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내가 특별히 아끼는 아리아는 2막에 나오는 돈 오타비오의 아리아 ‘내 연인을 위로해주오’(Il mio tesoro intanto)다. 돈 오타비오는 돈나 안나의 귀족 약혼자다. 예의 바르고 우유부단한 신사이며, 극 중에서 별로 비중도 없지만, 이 노래 하나로 모든 단점을 덮어버린다. 정확히 237년 전, 프라하 시민들을 열광하게 한 모차르트를 추억하며 이 곡을 다시 들어 본다.
모차르트-돈조반니-Il mio tes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