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조희대 국정조사 강행, 헌법 정신 다시 생각해야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의원총회서 의혹 규명 절차 추진키로
사법 독립 훼손 땐 국민 저항 직면할 것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행한다. 하지만 국회가 사법부 수장을 조사하는 것이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해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국정조사 추진으로 가뜩이나 냉랭한 여야 분위기는 한층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사법부 탄압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을 거부하는 등 현 정권의 의중을 따르지 않았다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대법원장 국정조사는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기어코 헌법 훼손에 나서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통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한병도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28일 조 대법원장이 헌법적 책무를 다했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대법관 공백 장기화, 계엄 당일 심야 간부 회의 논의 내용, 업무 추진비와 현금 격려금 집행 적정성 등을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으로 거론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할 방침이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여당 주도의 국정조사는 빨라도 올해 말께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민주당이 탄핵소추 시도에 나설 경우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조 대법원장 정치 개입 논란과 권한 남용 의혹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 추진 의지를 드러낸 민주당이 돌연 국정조사 추진에 나선 것은 탄핵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정조사로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도층 역풍을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도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바뀐 것과 비상계엄 가담자들에 대한 감경 판결도 이번 국정조사 강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 정신을 파괴한다면 민주당이 어떤 명분을 제시하더라도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이 정치적 압력 등에 굴하지 않고 직업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라는 삼권분립의 요체는 국민 행복과 직결된다. 더군다나 국정조사는 특정 국정사안을 정해 조사하는 절차다. 국정조사는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도 안 된다.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법원조직법과도 충돌한다. 헌법은 물론 실정법까지 위배할 여지가 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는 그 자체로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헌법 정신을 다시 곰곰이 되새기길 촉구한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