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억제한 한·중·태국, 미국·독일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률 10%P↓"
산업연구원 "석유 최고가격제, 가격 충격 완충 효과"
제도 장기화는 우려…"단계적 정상화 함께 설계해야"
지난 2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의 국내 확산을 완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화에 따른 공급·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별지원과 공급 안정, 단계적 정상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27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유가 관리 정책을 시행한 한국·중국·태국의 올해 3∼8월 에너지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1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접적인 가격 상한을 두지 않고 공급 확대·감세 등으로 대응한 미국·독일의 24.9%보다 9.9%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격차를 정책의 순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격 충격 완충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비교 결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한국 16.5%, 중국 11.1%, 태국 17.5%, 미국 28.8%, 독일 21.0%였다.
한국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존의 관리가격제에서 인상 폭을 제한했다.
태국은 기금 지원과 정유사 경유 출하가격 인하 방식을 활용했다. 반면 미국은 가격보다 공급 확대에 집중했고, 독일은 한시적 유류세 인하와 유가 인상 횟수 제한으로 대응했다.
올해 9월까지 비교할 수 있는 4개국을 보면 한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률 지난 8월 11.8%에서 9월 11.9%로 0.1%P 높아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태국·미국·독일의 관련 연료가격 상승률은 각각 6.6%P, 8.1%P, 9.4%P 확대됐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추가적인 가격 충격이 완충되는 양상이 관측됐다고 평가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내용 발췌
산업연구원 보고서 내용 발췌
판매가격 상한은 설정하지 않았지만 정유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을 낮춘 일본의 경우엔 올해 3~8월 휘발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평균 -4.5%로 나타나 보조금형 정책도 소비자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지원 규모와 기간이 늘수록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가격 지표만으로 정책의 우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보고서는 “환율과 세금, 국제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이 함께 작용하므로 국가 간 격차를 최고가격제만의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의 관측 결과 역시 가격상승을 없앤 성과보다는 상승률의 추가 확대를 완충한 양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사용된 각 국가의 지표는 휘발유 소매 가격, 차량용 연료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에 환율과 세금, 가격 반영 시차 등도 고려해야 해 국가 간 격차를 정책의 순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 가격관리와 보조금형 정책으로 가격 충격이 완충되는 양상은 관측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올해 8~9월 에너지 가격 상승률 변화 폭이 다른 국가들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정책시행 효과는 가격 상승을 없앴다기보다 상승률의 확대를 억제하고 추가 충격을 완충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고가격제가 경제 전체의 에너지 충격을 제거할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기간 상한을 고정하면 재정 부담이 누적되고 공급 유인이 약화하며 정책을 종료할 경우 유가 급등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국내 재고·가격 격차에 따라 상한을 조정하고 충격이 완화되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종료 규칙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취약계층과 에너지 집약 업종에 대한 선별지원, 공급 다변화, 정유사에 대한 투명한 손실 정산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