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각 스님 망운사 주지 “담백한 묵향에 담긴 ‘동심’ 찾아보세요”
부산시 문화유산 선화 보유자
30일부터 갤러리예문서 특별전
잊힌 동심 일깨우는 작품 선보여
담백한 먹선에 색채 가미 ‘눈길’
“학생과 시민들에게 자연과의 따뜻한 교감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순진무구한 동심을 되찾아 주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선서화의 대가 성각 스님(경남 남해 망운사 주지)이 동심을 화두로 한 묵향(墨香)의 울림을 전한다. 스님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부산시교육청 학생예술문화회관 갤러리예문에서 ‘성각스님 禪書畵(선서화) 특별초대전 : 자연, 그리고 숨은 동심 찾기(Finding the Child Within, in Nature)’를 개최한다. 가을의 결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번잡한 세속의 소음을 씻어내고 영혼의 본래 면목을 찾아보고자 하는 심성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부산시 문화유산 선화(禪畵) 보유자인 성각 스님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자리로, 부산시교육청과 예문, KNN, 성각선서화보존회가 공동 주관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쌍림총림 쌍계사 본말사주지연합회가 뜻을 모아 후원한다.
선서화는 오랜 수행의 침묵 속에서 깨달은 본성을 단숨의 붓질로 표출하는 ‘무언의 설법’이자 ‘선법의 도구’다. 절제된 필치와 담묵, 여백의 미로서 어떠한 서법이나 화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서 수행의 깊이와 깨달음을 전하는 불교 미술의 정수로 꼽힌다.
성각 스님은 반평생을 화폭 위에 숨결을 담아 대중과 소통을 이어온 예술가이자 구도자다. 이번 특별전에도 깊은 선취와 예술혼을 녹여낸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오랜 화두인 자연을 매개로 시민과 청소년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숨은 동심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밥을 먹으면 꼭꼭 씹어야 담백한 맛이 나고 목에 넘겨도 감미로운 느낌이 나듯이 관람객들은 작품 하나하나를 가슴으로 마주하며 잊혔던 ‘나’, 자아를 발견하는 기분을 느껴 보십시오.”
성각 스님이 그린 선화. 성각 스님 제공
성각 스님이 그린 선화. 성각 스님 제공
동심과 산(山)을 일관되게 그려 온 성각 스님은 이번 전시 작품엔 특별히 색채를 가미했다. 숨은 동심 찾기란 주제에 걸맞게 현 시대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림을 그린 것. “요즘은 디지털 시대잖아요. TV나 휴대폰 등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컬러에 익숙해 있으니까, 아이들이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색채를 입힌 작품을 여러 점 준비했습니다. 연꽃과 산천, 붉은 태양, 물고기와 나비 등 자연의 생명체들과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을 따뜻한 필치로 담아내려 했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또다른 특징은 작품 대부분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스님의 깊은 뜻이니…. “사람들 각각의 어린 시절 경험은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이 그림 속에서 각자 자기에게 맞는 제목을 붙여 보는 것도 동심을 찾는 한 방편이라 생각해 제목을 비워뒀습니다.”
스님에게 동심과 산은 불성으로 서로 통한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미소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와 흡사하고, 자연 그대로의 산 모습 또한 천진한 동심과 닮았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동의대 이은정 교수는 성각 스님의 선화에 대해 “한국의 선화 중에서 동심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순진무구한 동심으로 되돌리게 하는 천진성 속에 천심과 불심이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담백한 먹선 하나에 깃든 깊은 울림과 따뜻한 시선, 성각 스님의 선화를 통해 ‘잊힌 동심’을 찾아보는 것도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는 한 방편일 것이다. 아울러 단숨의 붓질로 건네는 선화의 매력도 즐겨보길 바란다. 성각 스님의 특별전은 전시 기간 동안 갤러리예문을 방문하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