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망망대해의 뱃길 밝히던 삶, 글로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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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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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호/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

<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 책 표지. 출판사 제공 <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 책 표지. 출판사 제공

항로표지관리원을 아시는가. 대중에게 익숙한 말로는 ‘등대지기’다.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안내하는 이 낯선 직업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인천 소청도 등대장으로 퇴임한 조경호 작가의 회고록 <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이다.

조 작가는 1952년 4월 소청도 등대에 부임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소청도를 동서 길이 약 9km, 남북 너비는 들쭉날쭉하지만 약 2km 정도의 폭으로 가로누워 웅크린 누에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근무한 등대는 소청도 남서쪽 끝단에 있다. 석회로 칠해진 외벽 덕분에 하얀 탑처럼 보이는데, 이는 책 제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조 작가는 이곳을 가리켜 “우리 가족에게 날개를 달아준 둥지와 같은 등대였다”고 회고한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등대를 지키는 일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등대원이라는 직업은 고독과 타협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늘 똑같은 풍광 속에 묻혀 살다 보면, 신비로움도 사라지고 아름다움도 잊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열악한 환경으로 배를 굶주리며 근무한 일화도 책에서 소개된다.

이 책은 조 작가가 37년간 등대의 등불을 밝히며 살아온 삶의 기록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소청도뿐 아니라 월미도 등 다양한 곳에서 등대원 생활을 이어갔다. 1950년대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바다를 지켜낸 헌신과 고독이 책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특히 이 책은 조 작가가 구술한 내용을 그의 아들이 기록한 수필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개인의 자서전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증표인 셈이다. 조경호 지음 / 문예타임즈협동조합 / 328쪽 /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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