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성공? 정책 수단 결집에 달렸다”
부산연구원 정책 보고서 발간
2050년 최대 700조 시장 형성
단순 인프라 경쟁은 비현실적
법·제도·금융 등 역량 키워야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치고 돌아온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지난 11일 오전 부산항 자성대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북극항로 연관산업의 시장규모가 오는 2050년 최대 7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부산이 북극항로 연관산업에서 북극권 국가를 따라잡으려면 인프라 규모로 경쟁할 게 아니라 조례·광역 협력·국제 네트워크를 하나의 실행 체계로 묶는 방식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안됐다. 특별법과 조례로 제도의 문은 열렸지만, 기업이 실제 사업에 나서도록 뒷받침할 수단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18일 부산연구원은 정책연구 보고서 ‘부산 북극항로 연관산업 육성 전략’을 발간하고, 5대 추진전략·6대 핵심과제와 2055년까지의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오는 12월 17일 시행되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기반해 나온 첫 지역 단위 통합 정책연구로, 기업 및 전문가 조사와 9개국 사례, 첫 시범운항 분석을 토대로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기회는 크다. 부산의 산업기반이 갖춰진 조선·해운·금융 등 북극항로 7대 핵심산업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2050년 165조 원에서 최대 700조 원(기본 시나리오 3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체 추정치이며, 최대치는 상시운항을 전제로 분석한 것이다. 부산권 극지 전문인력 수요도 2027년 약 605명에서 2040년 약 4585명으로 7.6배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격차다. 연구진의 5대 영역 역량 평가에서 부산은 25점 만점에 16점으로 노르웨이(25점)와 9점 차이가 났다. 전문가 38인 조사에서는 가장 부족한 영역이 인프라나 기술이 아닌 법·제도와 금융이었다. 기업 200개사 조사에서는 진출 의향(67.5%)과 실행 준비(15.0%) 간 격차가 컸고, 진출 애로 1·2위는 시설투자 비용 부담과 규제·환경 제약이었다.
보고서는 이 격차를 인프라 투자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고 봤다. 미국이 단일 입법으로 일괄 배정한 해안경비대 예산 245억 9000만 달러(약 36조 5000억 원)는 올해 한국 북극항로 국비(5499억 원)의 약 66배에 이른다. 9개국 사례에서도 경쟁력을 가른 것은 정책 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었고, 제도·서비스 기능을 결집한 노르웨이 트롬쇠가 부산의 현실적 모델로 꼽혔다.
이에 보고서는 △기업 원스톱 지원센터 구축 △부산형 북극항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B-ArcticLab) 조성 △북극항로 특화 복합금융·극지보험 지원 프로그램 구축 △극지선박 건조·폴라코드 인증·컨설팅 통합 지원 체계 구축 △북극항로 연관산업 조례와 극지활동 진흥 조례 병행 제정 △북극 비즈니스 네트워크(ABN) 거버넌스 통합의 6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원스톱 지원센터는 정보·매칭·교육·국제협력을 한 창구에서 제공하는 체계로, 지난 9월 시의회를 통과한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례의 북극항로 진흥센터와 결합해 1차적으로 구축하도록 했다. 기업·전문가 조사 모두에서 가장 높게 평가된 과제다. 복합금융·극지보험 프로그램은 부울경 광역 펀드(약 5000억 원 검토)와 극지보험 4종으로 시설투자와 보험비용(수에즈 항로의 4~5배 추정)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다. 조례 병행 제정은 기존 북극항로 조례에 (가칭)극지활동 진흥 및 지원 조례를 더해 산업지원과 극지 연구·인력의 법적 근거를 모두 갖추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6대 핵심과제를 단기(2026~2029년) 제도 정착, 중기(2030~2035년) 산업 확산, 장기(2036~2055년) 자립형 생태계의 3단계로 나눴다. 조례·지원센터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과제는 먼저 착수하고, 배후단지·벙커링 등 대규모 투자는 대러 제재와 해빙 변동 등 여건을 매년 점검한 뒤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책임자인 장하용 책임연구위원은 “북극권 국가와 인프라 규모로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조례와 거버넌스, 부울경 광역 협력, 국제 네트워크를 하나의 실행 체계로 묶는 것이 비북극권 도시 부산이 격차를 따라잡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