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 기다릴까? 오락가락 코스피에 투자자 고심
중동발 불안감 7000선 내줘
증권가 전망 7400~8500 혼선
美 금리 방향성 향배 최대 변수
17일 발표 FOMC 결과 촉각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금이라도 회복했을 때 팔아야 하는 건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A 씨의 고민이다. 요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비슷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급등했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급락한 데 이어, 최근 인공지능(AI) 이슈로 반짝 반등했다가 며칠 만에 다시 꺾이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지수 흐름도 이런 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스피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7051.64를 기록하며 7월 23일 이후 3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다시 밟았다. 오픈AI가 새 인공지능 모델 ‘GPT-6 아스트라’를 내놓으며 범용인공지능 시대를 예고하자, 고용량 메모리 수요 장기화 기대가 반도체주로 몰린 결과다.
그러나 반등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요충지를 잇달아 점거하며 중동 정세의 불안감이 커지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연 5% 문턱까지 밀어올렸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도 9월 들어 매수세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고 9월 순매도액은 4조 원 안팎으로 불어났다. 결국 코스피는 11일 다시 7000선을 내주고 6909.91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다시 요동치는 가운데 증권가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9월 코스피 상단 전망은 낮게는 7400에서 높게는 8500까지 1000포인트 넘게 벌어져 있다.
보수적으로 보는 쪽은 밸류에이션만으로 추가 랠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9월 코스피 상하단 범위를 6300~7600로 제시하며 “향후 지수의 추가 레벨업을 위해서는 실적 개선 지속뿐 아니라, 이 구간에 누적된 개인 매물을 소화해낼 수 있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모멘텀 생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 역시 6200~7400을 제시하며 “9월은 수요 둔화, 원화 강세, 금리 상승이란 삼중고에 노출돼 있다”고 봤다. 지난 2일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2배까지 낮아진 상태였지만, 실적 눈높이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반대로 8000 이상을 보는 쪽은 지금 주가가 기업 이익 대비 지나치게 눌려 있다고 본다. 신한투자증권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에 금리를 보정한 적정 PER 8.5배를 적용하면 코스피 적정 수준이 1만 250이라고 계산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8000포인트에서도 컨센서스 대비 22%의 할인이 남는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지난달 20~28일에만 10조 3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실제 취득했고 계획상 남은 매입액이 44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외국인 공백을 자사주가 즉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새벽에 발표되는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FOMC가 미국 금리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면서 시카고 상업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이달 기준 금리 인상 확률이 지난 12일 기준 86.3%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일본은행(BOJ) 회의도 변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BOJ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 강세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통해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과 엔 캐리 청산 우려를 자극할 수 있어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기적인 전망이 혼조를 이루는 가운데 ‘단기 흔들림과 펀더멘털 훼손은 별개’라는 낙관론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NH투자증권 이상준 연구원은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아스트라 효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7000피를 탈환했던 건 AI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한국 시장 수혜라는 기본 틀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의미”라며 “단기적으로 대외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나 펀더멘털 훼손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