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서 노포동까지 5만 원?…단속에도 불법 ‘콜뛰기’ 기승
면허 없이 승객 태우는 불법 운송
일반 택시 2~10배 수준 요금 요구
10일 합동 단속 소문에 효과 없어
단속 주체 명확히 하고 불시 단속 필요
지난 11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여객터미널 택시 승강장에 '콜뛰기' 차량이 정차해 있다. 안다은 기자 iknow@
지난 11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여객터미널 택시 승강장에 '콜뛰기' 차량이 정차해 있다. 안다은 기자 iknow@
지난 10일 오전 7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에서 부산시, 부산동구청, 동부경찰서가 불법 영업행위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다. 안다은 기자 iknow@
“저기 흰색 번호판 단 차들 보이지? 저거 다 택시 면허도 없이 승객 태우고 돈 받는 ‘콜뛰기’야. 저런 차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 크루즈 터미널에서 해운대까지 가는 데 5만 원은 내야 한다고.”
지난 11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택시 승강장. 이곳에서 만난 택시 기사 A 씨는 터미널 곳곳에 있는 불법 유상운송행위, 이른바 ‘콜뛰기’ 차량 번호를 줄줄이 읊었다. 그는 “콜뛰기 기사들이 단속 진행 상황을 통화로 실시간 공유한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같은 택시 기사들이다. 대대적인 암행 단속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택시 면허 없이 돈을 받고 자가용, 렌터카로 승객을 태우는 이른바 ‘콜뛰기’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일대에서 기승을 부린다. 콜뛰기 차량과 합법 택시를 구분하기 힘든 외국인 관광객은 크루즈에서 내려 ‘부산의 관문’에서부터 바가지를 쓰고 부산에 실망하기 일쑤다. 부산시와 경찰 등이 뒤늦게 단속에 나섰으나 사전 정보 유출 등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관광 도시 부산’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택시 승강장에는 합법 영업을 뜻하는 노란색 차량 번호판 택시들 사이 흰색 번호판을 단 밴 차량이 버젓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해당 차량 기사 70대 B 씨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가가 호객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택시 면허가 없다는 B 씨는 “돈 안 되는 한국인 대신 외국인 관광객만 태운다”며 “이렇게 일한 지 2년째”라고 밝혔다.
이같이 현장에서 판을 치는 ‘바가지’ 불법 운송 행위는 실제 형사 입건 사례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70대 남성 C 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C 씨는 택시 면허가 없음에도 지난달 14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20대 여행객 4명을 자차에 태워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C 씨가 여행객 4명에게 요구한 비용은 5만 원으로 알려졌다. 일반 택시를 타고 해당 거리를 이동할 경우 요금은 2만 4000원에서 2만 7000원 수준이다. C 씨는 2배 가까운 요금을 부른 것이다. 이에 탑승객들이 비싼 요금에 항의하며 C 씨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콜뛰기는 전화를 걸면 대기하는 자가용 콜택시 ‘콜대기’에서 유래했다. 콜뛰기는 출발 전 요금을 명확하게 안내하지 않고 도착지에서 승객에게 일반 택시 요금의 3~10배에 달하는 고액 요금을 요구한다. 승객 운송 허가를 받지 않아 명백히 불법인 데다, 사고가 났을 경우 대응도 어렵다. 또 부산 중형 관광택시는 관광투어 요금 기준이 5시간에 최대 10만 원 등으로 정해져 있지만, 콜뛰기 차량은 ‘부르는 게 값’인 불법 배짱 영업을 하면서 정가를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이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영국인 토미(53)·트레이시(53) 내쉬 부부는 “밴 차량 기사에게 관광투어를 해달라고 했더니, 운전기사가 5시간에 15만 원이나 요구해 당황스러웠다”며 “해당 차 대신 우버를 부른 덕분에 바가지는 면했지만 불쾌한 기분으로 부산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지적이 이어지자 부산시와 동구청, 동부경찰서, 부산항만공사 등은 지난 10일에서야 뒤늦게 암행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콜뛰기 업자 사이에 단속 예정 사실이 퍼져 그마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현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좀처럼 콜뛰기 차량을 보기 힘들었다.
향후 단속 계획 역시 미비하다. 각 기관이 콜뛰기 단속 주체를 합의하지 못한 탓이다. 택시 불법행위는 부산시 택시운수과, 유상운송행위는 부산시 관광정책과와 각 경찰서가 담당한다. 각 기관은 ‘소관은 있어도 단속을 담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단속이 미뤄지는 동안 피해는 관광객 몫이 됐다. 부산시는 이번 단속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단속 소문이 퍼져 지난 10일에는 사실상 ‘계도’에 그쳤다”며 “향후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불시 단속을 진행해 콜뛰기로 인한 관광객 피해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안다은 기자 iknow@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