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액체·철강 창고에 공컨테이너 보관도 한곳에…태국 람차방항 가보니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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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차방항 주요 민자터미널 KLN시포트 탐방
컨테이너·벌크선 화물 한 곳서 처리 인상적
22.6만TEU→140만TEU…13년 새 6배 성장
10개 안벽크레인 보유, 14개까지 수용 가능
차이나+1에 물동량 확대 “시장 수요 따를 것”

태국 람차방항 내 주요 터미널인 KLN시포트의 안벽 크레인 양쪽으로 컨테이너선(왼쪽)과 벌크선의 하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태국 람차방항 내 주요 터미널인 KLN시포트의 안벽 크레인 양쪽으로 컨테이너선(왼쪽)과 벌크선의 하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차로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촌부리주 람차방항. 항구 멀리서부터 거대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우뚝 솟은 갠트리 크레인(지지대가 있는 대형 크레인)이 스카이라인을 압도한다.

이 항구는 연간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2024년 기준 95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로 태국 최대 규모이자 세계 20위권 이내에 든다. 태국 정부가 육성하는 동부경제회랑(EEC) 지역의 배후 산업단지 물류를 전담하는 국가대표 항만이다.

람차방 항구의 주요 터미널 운영사인 KLN시포트(Seaport)에 들어서자 내부 야드에 수만 개의 컨테이너가 격자 모양으로 쌓여 있다. 야드 크레인이 묵직한 쇳소리를 내며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트럭들은 지정된 운행 경로를 따라 분주히 이동한다.

선석 한쪽에서는 컨테이너 적재와 하역 작업이 한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벌크선에서 하역된 브레이크 벌크 화물이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과 벌크 화물을 동시에 처리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과 확실히 차별화한다.


KLN시포트의 안벽 크레인에서 컨테이너선이 하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KLN시포트의 안벽 크레인에서 컨테이너선이 하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자 여러 척의 선박이 터미널 바깥쪽 해상에 머물러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람차방항의 묘박지(anchorage)다.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기 전 대기하거나 입항 순서를 기다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람차방항은 항만을 마주보고 약 15km 떨어져 있는 시창섬(Ko Sichang)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시창섬을 가리키면서 “이 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며 “바람과 파도가 섬에서 상당 부분 막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비교적 잔잔하고 강풍의 영향도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섬이 항만 앞바다를 감싸듯 자리하고 있어 대형 선박이 머물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KLN시포트에서 바라본 시창섬. 시창섬이 람차방항으로 오는 바람 등을 막아 중간 지대가 대형 선박이 머무는 묘박지 역할을 한다. KLN시포트에서 바라본 시창섬. 시창섬이 람차방항으로 오는 바람 등을 막아 중간 지대가 대형 선박이 머무는 묘박지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항구에서는 본선에서 화물이 하역되고 컨테이너가 게이트 밖으로 픽업(Drayage)되면 운영이 끝난다. 하지만 KLN시포트는 부두 안에서 공컨테이너 보관, 화물 창고 보관, CFS(컨테이너 화물 작업장) 운영, 국경 간 육상 운송까지 화주에게 제공한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갈수록 KLN시포트의 ‘다목적’이라는 이름이 실감 났다. 야드에는 공컨테이너가 줄지어 쌓여 있었다. 터미널 관계자는 “보통 해외에서 공컨테이너가 항구로 들어오면 계속 보관할 수 없어 선사가 외부 컨테이너 야드로 옮겨야 한다”며 “우리 터미널을 이용하면 항만 내부에서 공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LN시포트는 철강과 우드칩, 설탕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자체적으로 보유해 항만 외부로의 다단계 화물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터미널 곳곳에서 목격된 창고엔 브레이크 벌크 화물을 처리하는 작업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특히 한국의 한 철강기업이 이 창고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사다. 선석에서부터 길게 뻗은 파이프라인 끝에는 액체 벌크 저장 탱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KLN시포트 내부 창고에 벌크선에서 하역한 설탕이 보관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KLN시포트 내부 창고에 벌크선에서 하역한 설탕이 보관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KLN시포트는 안벽 길이가 2.8km로 1km 전용 컨테이너 선석에 10대의 안벽 크레인을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이다. 안벽 크레인 10대 이상을 보유한 한국의 개별 터미널은 부산신항 1부두, 6부두 등이 있다. KLN시포트의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은 2012년 22만 6000 TEU에서 2025년 139만 9000 TEU로 6배 가까이 성장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생산 거점을 동남아시아로 옮기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확대함에 따라 지역 공급망을 연결하는 람차방항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설비 투자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KLN시포트는 기존 컨테이너 선석 인프라에 최대 14대의 안벽 크레인을 수용할 수 있다. KLN시포트의 시리랏 스리라따나몽콘(Sirirat Srerattanamongkon) 이사 겸 총괄상무는 “비즈니스 성장에 맞춰 인프라를 확장할 것”이라며 “실제 확장 시기는 전적으로 시장 수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KLN시포트 내부 창고에 벌크선에서 하역한 철강 제품이 보관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KLN시포트 내부 창고에 벌크선에서 하역한 철강 제품이 보관 중이다. KLN시포트 제공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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