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노후도시를 움직일 법, 운영기준이 문턱이 되어선 안 된다
부산건축가협회 강주연 부회장
부산건축가협회 강주연 부회장
부산의 정비사업 현장에서 시공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동래 복산1구역은 시공사 선정 11년 만에 시공단과 결별했고, 해운대 우동1구역과 동래 명장3구역은 경쟁 입찰이 잇따라 유찰됐다. 남구 문현6구역은 1500세대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입찰 참여 건설사가 전무했다. 공사비와 PF금융비용은 전국적으로 급등했으나,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분양가와 수요 회복세가 더뎌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긴 인허가 기간과 맞물려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지역 건설사의 경영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2024년 기준 부산의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43만 2913호(전체의 32.1%)에 달하며, 원도심 일대는 저층 주거지와 소규모 공동주택이 혼재돼 단독 개발로는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대규모 신도시를 겨냥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2023년 12월 26일 제정, 2024년 4월 27일 시행)의 적용 범위에서도 벗어난 사각지대가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가 바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 (2024년 2월 6일 제정, 2025년 2월 7일 시행)이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특례를 부여하고, 신탁사·리츠 등 전문기관의 참여를 열어 도심 정비의 숨통을 틔우자는 취지다.
이에 발맞춰 부산시도 도심복합개발사업 운영 기준을 마련했으나, 실제 작동 가능한 현실적 기준인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원칙 15%, 예외 10%)’이다. 상권 침체가 장기화된 지방에서 상업·업무시설을 강제하면 대규모 미분양과 공실 대란으로 이어져 사업 자체가 좌초된다. 또한, 운영기준이 주택법상 준주택을 비주거 인정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는 점도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 기숙사나 고령자 복지주택,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추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등을 비주거 의무비율로 인정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여량의 50%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일률 강제하는 방식 역시, 법정 용적률 특례에 따른 의무 임대주택과 중복돼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공공기여는 획일적 주택 공급을 넘어 지역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주차장, 공원, 문화·체육 생활SOC 등으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도심복합개발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하려면, 지역 건설사와 건축주(토지등소유자), 시민의 3대 주체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 유인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먼저, 지역 건설사 관점에서 수주 리스크 해소와 사업 지속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획일적인 상업시설 대신 청년임대와 노인복지주택, 공공기여시설로 대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건설사가 시공사 또는 공동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용적률 가산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지자체 차원의 정비펀드 보증 우대를 연계해,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건설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 또한, 통합심의를 통해 시공 기간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 및 추가 공사비 리스크를 줄여주어야 한다.
건축주 관점에서는 분담금 예측가능성을 제시하고 자산가치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도심복합개발은 토지등소유자가 사업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다. 비주거비율 완화 기준과 공공기여 산정 산식을 사업 초기부터 투명하게 제시해 분담금 증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의율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상 상한용적률 초과에 따른 공공주택 의무 공급과 지자체 운영기준상의 토지 가치 상승 기여분이 이중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해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신탁사 등 전문개발기관이 공정하게 사업을 대행·관리할 수 있는 행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 관점에서도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체감형 생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비주거 공간에 노인복지 인프라 및 청년 지원시설을 만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고, 재개발에서 소외된 노후 주거지를 신속히 재생해 도시 균형 발전과 주거 안전망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법은 노후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문을 열었다. 지자체 운영기준은 그 문 앞에 새로운 문턱을 쌓는 규제가 아니라, 지역 건설사가 짓고, 건축주가 동의하며, 시민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