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기초가 없이 높게 쌓을 수 없다
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국장
정부가 55년간 유지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버리고, 전년도 교부금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새 산식에 따르면 2027년 교부금은 약 78조 9000억 원으로, 현행 방식보다 20조 원가량 줄어든다. 정부는 초·중등 재정을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전년도 수준의 재정은 보전해주되, 기존 연동방식과 새 산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려 영유아와 고등교육 등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든다. 남는 재원을 다른 곳에 쓰면서 초·중등교육의 미래 재정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보장할 것인가. 교부금은 금고에 쌓아두는 돈이 아니다.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는 물론 기초학력 보장, AI 인프라 구축, 특수·다문화 교육 등 학생들에게 직접 쓰이는 필수 재원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학교 운영비까지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줄어도 교실과 체육관은 유지해야 하고 안전 시설 비용은 계속 든다. 무엇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정서와 교육적 필요에 세심하게 대응하기 위해 더 촘촘한 지원이 절실한 시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초·중등 재원을 떼어내 고등교육 등으로 확대하려 한다. 당장 2027년부터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 6만 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국가가 고민할 중요한 과제가 맞다. 그러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재정을 재편해선 안 된다. 교육은 건물과 같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데 위층만 높이 올릴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시민이자 대학생, 직업인으로 자라날 아이들 모두가 이 기초교육을 거친다. 기초를 약하게 만들어 놓고 그 위에 고등교육의 성과를 쌓는 것은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다.
개편 과정도 우려스럽다. 반세기를 지탱해 온 제도의 근간을 바꾸려면 단순한 산식 변경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역별 교육 여건과 학교 수 변화, 새로운 교육 수요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현장과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대학생 등록금 지원 정책이 당장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초·중등교육의 재원 확보 방식이 흔들린다면 그 파장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정말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곳은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학교다. 초·중등교육의 기반을 흔들 의도가 없다면 구체적인 재정 안정 장치와 사회적 숙의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결국 아이들의 기초를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