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에는 너와 나의 역사가 있다
시민공원 역사관 만든 유현 학예사
‘자기민족지로 쓴 공공역사’ 발간
역사적 사실과 개인 성찰 결합
캠프 하야리아의 반환과 부산시민공원 조성에 참여한 학예사의 기록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사진은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 모습. 부산일보DB
캠프 하야리아의 반환과 부산시민공원 조성에 참여한 학예사의 기록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사진은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민공원 조성 전 캠프 하야리아 모습. 부산일보DB
유현 학예사.
자기민족지로 쓴 공공역사
부산 도심 안에는 60여 년 신기한 공간이 존재했다.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고 흰색 벽돌, 주황색 지붕 지붕은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한국 안에 있지만 한국이 아닌 곳, 바로 부산의 미군기지 캠프 하야리아였다. 축제 때면 기지 군무원으로 일하던 한국인을 통해 초대권을 얻는 경우가 있었고, 그 곳을 다녀온 이들은 별천지같은 그 곳을 다녀온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쏟아내기도 했다.
하야리아 기지는 61년간(1945~2006) 부산의 ‘리틀아메리카’라는 ‘장소성’을 공유했으나, 냉전시대의 종식, 미군의 감축, 부산 시민의 반환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4년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자기민족지로 쓴 공공역사>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유현 학예사의 개인 기록이자 동시에 공공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로는 최초로 부산시청 시민공원추진단으로 발령받았다. 캠프 하야리아의 역사 자료를 조사하고 부산시민공원역사관을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처음 업무를 맡으면서 이런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2014년 우여곡절 끝에 부산시민공원을 개장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공원역사관 천장에 ‘욱일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순식간에 부산시민공원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순간이었다. 역사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가 빗발쳤다. 미8군 장교클럽의 엠블럼 천장을 그대로 둔 채 역사관으로 사용했고, 우연히 비슷하게 보일 뿐 전혀 연관이 없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내밀었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진실 그 자체보다, 대중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공역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유 학예사가 이번 책을 쓴 계기가 된 사건이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자기민족지’ ‘공공역사’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저자는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역사 문제를 다루며, 역사학의 외연을 시민사회로 확장하고자 하는 실천적 역사 활동을 공공역사라고 소개한다. ‘자기민족지’라는 말은 문학의 자기서사와 인류학의 민족지를 결합한 글쓰기를 뜻한다. 책에선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연구 대상의 내부 참여관찰자이자 스스로가 연구 대상이 된 셈이다.
책은 단순한 지식이나 사례 전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캠프 하야리아 반환과 부산시민공원 조성의 전개 과정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참여자인 저자 자신의 성찰적 경험을 밝히고 있다. 부산시민공원 조성 단계의 이야기가 마치 추리소설처럼 긴박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도록 쓰여진 것이 돋보인다.
거시적인 도시 역사(공공역사)의 흐름 속에 실무자 개인의 미시적인 감정과 경험(자기서사)을 교차시킴으로써, 독자는 무미건조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부딪히며 만들어낸 생생한 공공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의 투쟁과 노력을 통해 얻은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장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고 어떻게 기억을 보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