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47> 울주 연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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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길에 곳곳 봄기운… 끝자락엔 반구대 암각화

연화산 정상 인근 활공장에서 내려다본 사위 전망이 시원하다. 논두렁과 밭두렁이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사이사이에 살림집들이 안온하게 들어앉았다.

부산 인근에서 울산 울주군만큼 유명한 산들을 많이 품고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영남알프스의 주축을 이루는 신불산(1,159m)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영축산(1,081m) 등 고산준령들이 울주군에 능선을 걸치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보다 보면 진면목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연화산(蓮花山·532.4m)이 그런 경우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꾼들의 관심 밖에 있으나, 소소한 산행 재미가 있다.

울주군 언양읍과 범서읍, 두동면에 걸쳐 있는 연화산은 반구대 암각화(盤龜臺岩刻畵·국보 285호)와 천전리 각석(川前里刻石·국보 147호)을 끝자락에 품고 있다. 이번 주 '산&산'은 산행의 즐거움에 더해,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산행 구간이 다소 길어졌다. 울산암각화박물관~반구대 팜스테이 입구~능선~265.7봉~326봉~연화산 정상~산불감시초소~임도 사거리(체육공원)~499봉 갈림길~임도 삼거리~410봉~329봉~한실계곡~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원점으로 총 거리가 15㎞나 된다. 해가 짧은 이른 봄 산행으로는 제법 먼 거리다. 소요 시간은 7시간 20분. 서둘러야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다.


들머리 반구대 팜스테이엔
선사시대 체험 움집들

치술령 국수봉 등 조망에 
무릉도원 같은 한실계곡 
겨울 이긴 춘란 곳곳 지천


들머리는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울산암각화박물관이다. 반구교를 건너 20m만 가면 반구대 팜스테이 입구다. 첫 번째 갈림길인데 직진하면 반구대 암각화 쪽으로 가는 길이다. 산행은 왼쪽으로 꺾어 팜스테이를 가로질러 능선 방면으로 진행한다. 팜스테이 내에는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움집들이 만들어져 있다. 움집을 스쳐 지나 집 주인의 작업 공간인 '안행재(岸行齋)'를 왼쪽에 두고, 등선을 향해 난 좁은 산길로 접어든다. 팜스테이는 사유지이지만 마음씨 좋은 주인장은 등산객들을 막지 않는다.

능선에 접어들어 10분가량 걷다 보면 도열한 소나무 왼편으로 대곡호가 보인다. 넓게 펼쳐진 대곡호 주변의 풍광은 아름답다. 신라시대에 왕족과 귀족들의 놀이터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8분가량 다시 오르면 어느새 길이 뚜렷해지는 능선이 이어진다. 옅은 안개가 오솔길 위로 살포시 깔린다.

잠시 후 완만하던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가쁜 숨을 참으며 전진하니 청안 이씨 묘가 나오고 곧 첫 번째 삼각점이 있는 265봉에 닿는다. 그런데 삼각점 표시만 있고 정작 삼각점은 한참을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아무렇게나 자란 관목 더미나 낙엽에 묻힌 것일까? 265.7봉을 지나 25분가량 더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동암사 가는 길이다. 비스듬히 전방 11시 방향의 길을 택해 눈앞의 작은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해 다시 편평한 능선에 붙는다.



능선이 다시 가팔라진다 싶더니 326봉에 올랐다. 왼쪽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한다. 5분 후 잘 조성된 밀양 박씨 묘를 왼쪽에 끼고 직진한다. 왼쪽 아래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가 보이고 더 아래쪽에는 나무에 가려 잠시 숨었던 대곡호가 다시 눈에 든다. 200m가량 더 전진하면 산을 뱀처럼 감고 올라온 임도가 두 겹으로 겹친다. 임도를 타지 않고 1시 방향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른다. 멀리 불룩 튀어 오른 연화산 정상부가 보인다.

능선을 따라 20분쯤 걷다 보면 좀 전에 피했던 임도와 다시 만난다. 이번에도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탄다. 3분 후 차량 통행 차단을 위한 쇠사슬을 넘어 임도 곡각지에 닿으면 일단 횡단한 후 널찍한 능선 오르막을 탄다. 300m가량 넓은 길을 따라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다시 50m 뒤 뚜렷한 길을 버리고 우측 잡목 많은 희미한 길을 잡아 능선을 치고 오른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 보고 진행해야 한다.

15분가량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뚜렷한 길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좀 더 가면 임도다. 100m가량 임도를 타다가 이탈, 왼쪽 능선으로 접어들어 3분만 가면 연화산 정상 밑 활공장이다. 이번 산행 구간 중에서 가장 탁월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정면의 두동면 은편리 들판 건너 동북쪽의 우뚝 솟은 봉우리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과 그 부인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치술령(765m)이다. 그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국수봉(603m)이다. 산과 산 사이에는 논과 밭들이 층계를 이뤘다.

활공장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연화산 정상은 사위 조망이 꽉 막혔다. 지난해 7월 완공된 KBS울산방송 송신탑과 부속 건물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 삼각점도 송신탑에 자리를 내주고 구석에 처박혔다.



하산은 499봉을 바라보고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불감시초소를 거쳐 체육공원이 있는 임도 사거리까지 15분 걸린다. 은편리 허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왼편 내리막)과 범서읍 망성리 방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 기준 '범서 망성'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200m쯤 가다가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접어든다. 20분간 꾸준히 오르막을 타면 499봉 갈림길. 직진하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 가파른 내리막을 타야 한다. 15분 후 임도다. 이때부터는 계속 임도를 타고 진행한다. 임도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오른쪽 포장도로가 아닌 왼쪽 흙길을 택한다. 363봉을 오른쪽에 두고 5분 정도 전진해 임도에서 이탈,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낙엽이 쌓인 산길이 희미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지점부터 329봉을 지나 한실계곡에 이르는 구간은 새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전진해야 한다. '산&산'이 리본을 촘촘히 달았으니 잘 보고 걸어야 한다. 군데군데 짐승의 배설물이 눈에 띈다. 산짐승이 다닌 길목에는 덫이 여러 개 쳐져 있다. 사냥꾼이 짐승의 뒤를 따랐음에 틀림없다.

329봉을 지나 하산하는 길은 끊기고 열리기를 반복한다. 산림을 간벌한 후 나뭇가지들을 치우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좁은 산길이 어지럽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겨우내 낙엽을 덮고 푸름을 지켜온 춘란이다. 꽃 피울 준비에 한창인 춘란이 지천이다. 30분가량 가파른 산길을 헤집고 내려오면 등성이에 무덤 2기가 보인다. 봉분은 밟히고 깎여서 평평해졌고, 잔디 대신 이끼가 앉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갑자기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관목과 소나무 숲이 끊기고, 손때를 타지 않은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로 쏟아진다. 한실계곡이다. 물은 폭포가 돼 떨어지다 바위틈을 파고들었고, 다시 폭포가 돼 쏟아졌다. 이른 봄이지만 수량이 무척 풍부하다.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고단함이 한꺼번에 씻긴다.

무릉도원 같은 계곡에서 땀을 씻고 하산한다. 10분을 못 걸어 한실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가기 위해 한실마을을 앞에 두고 오른쪽 오르막길을 따라간다. 20분가량 걸으면 검은색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갈림길에 이른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이탈해 왼쪽 산등성이 길로 접어들어 30분가량 더 전진하면 암각화 전망대다.

선사시대 바다서 춤추던 고래가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원점까지는 15분 거리. 포장된 길이므로 평탄하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울주 연화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울주 연화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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