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62>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 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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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딛는 곳마다 편백·삼나무 짙은 향기 '넘실넘실'

축령산은 아름드리 편백나무 250만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양 옆으로 도열한 편백나무 사이로 산소숲길이 뻗어 있다.

체력 소비가 많은 여름철 산행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는다면 심신의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거기다 숲이 좋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주 '산&산'은 우거진 침엽수림 속에서 명상하며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의 축령산(621.6m) 자연휴양림이 그곳이다. 축령산 기슭을 가득 채운 이 편백나무 숲은 2009년 산림청에 의해 '치유의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길동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군의 나무 하면 백양사 애기단풍이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삼림욕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장성군을 대표하는 수종이 단풍에서 편백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사실, 축령산 일대에는 40~50년생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 250여만 그루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그 면적이 무려 1천148㏊에 달한다. 전국 최대 인공조림 성공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은 독림가로 이름을 떨친 춘원 임종국(1915∼1987) 선생이 21년여 조림하고 가꾼 '집념의 숲'이다.


인공조림 250여 만 그루 울창

故 임종국 선생 가꾼 '집념의 숲'


삼림욕 중인 등산객 유난히 많아

아토피·천식 환자 발길 이어져



임종국 선생은 벌거숭이였던 축령산의 산자락에 1956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는 나무들만 생각했다고 한다. 자기 소유의 땅이 아니었음에도 심고 또 심었다. 나무를 심는 일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그는 생을 마치며 "나무를 계속 심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한다.

산행은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추암마을 주차장을 들머리로 잡았다. 축령산 정상에 오른 뒤 건강숲길(2.9㎞)과 하늘숲길(2.7㎞), 산소숲길(1.9㎞), 숲내음길(2.2㎞)을 차례로 걸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모두 11.9㎞ 구간으로 4시간가량 소요됐다.



출발점은 추암마을 주차장이다. 안내소 왼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축령산 휴양림 안내센터 방면으로 오르막을 오른다. 20분가량 걷다 보면 차량 통행을 막을 목적으로 만든 차단기가 나타나고, 200m 더 올라가면 임종국 선생 공덕비가 있다. 공덕비에서 20m가량 전진, 임도를 벗어나 왼쪽 오르막 등산로를 치고 올라가면 축령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의외로 가깝다. 20분 정도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2층 정자가 불쑥 나타난다. 이곳이 정상이다.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정자에 오르지 않고는 조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정자에 오르자 비로소 내장산, 백암산이 멀리서 실루엣처럼 보이고 옥녀봉, 장군봉, 병풍봉이 순서대로 장성군을 휘휘 둘렀다. 반대편, 고창군 방면으로는 태청산, 장암산, 불갑산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정자 옆으로 난 등산길을 따라 영화 '태백산맥' '서편제'의 촬영지였던 금곡영화마을 쪽으로 내려간다. 이 길이 건강숲길이다. 축령산은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이름 났지만 정작 건강숲길은 산죽,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주인 행세다.

남도를 덮친 가뭄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뿌리가 얕은 풀과 어린 나무들은 시들었다. 바짝 마른 등산로는 밀가루를 풀어놓은 듯 풀썩거린다.

건강숲길 삼거리를 지나 이정표를 만나면 오른쪽 금곡 안내소 방면으로 길을 잡아 임도를 만날 때까지 내려간다. 15분 소요. 임도를 가로질러 하늘숲길로 접어든다. 하늘숲길 초입은 신갈, 상수리, 졸참, 굴참나무 등 활엽수림이 주종이다. 그러나, 5분 정도 숲의 속살을 더 파고 들어가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바람이 훅 분다. 바람은 조밀한 편백 숲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산 사면을 타고 비스듬히 치고 올라온다. 물기를 많이 머금은 것이 곧 비가 내릴 태세다. 버섯 모양의 명상쉼터와 전망대를 지나쳐 다시 임도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하늘쉼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 꺾어 길을 잡는 순간, 아름드리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았다. 이날 지나친 편백나무들 중 가장 우람하고 씩씩하다.

당당한 편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 보니 '치유필드'가 보인다. 편백 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삼림욕 중인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짙은 솔향기 같은 냄새에 정신이 아찔하다.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백의 피톤치드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삼나무의 피톤치드 함유량이 겨울에 100g당 3.6㎖, 여름엔 4.0㎖인 데 비해 편백은 겨울 5.0㎖, 여름 5.5㎖로 월등하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경감시키고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치유의 숲' 축령산에는 지금도 매일 아토피나 천식 환자는 물론 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유필드를 지나 빠른 걸음으로 7~8분 냅다 걸으면 산소숲길로 접어들고, 이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는 길이 넓지만 오른쪽 오솔길로 방향을 잡는다. 임종국 선생 수목장 장소로 가는 길이다. 산 사면을 따라 난 오솔길은 편백나무들을 피해 요리조리 굽었다. 그 길 위로 편백 숲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숲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갑자기 어두워진다.



편백림 속에는 가끔씩 소나무도 보인다. 그런데 이 숲의 소나무들도 모두 키가 쭈삣하다. 동행한 산행대장은 "키가 큰 편백과 햇빛을 받기 위해 경쟁하며 자라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고 추측했다. 하긴, 해바라기 밭에 채송화를 심으면, 채송화도 멀쑥하게 웃자란다고 하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오솔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임도가 다시 숲을 가로 지른다. 임도에 못 미쳐 느티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팻말을 보니 임종국 선생 수목장 나무다. 2005년 순창 선산에 있던 그의 묘가 '수목장'으로 이장됐다. 나무를 사랑했던 그는 살아서 나무를 심고, 죽어서는 나무가 됐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 오늘의 마지막 구간이 숲내음길로 향한다. 데크로 둘러싸인 작은 연못을 지나 30분을 더 걷다 보니, 산행 전반부에 지나쳤던 임종국 선생 공덕비를 다시 만난다. 공덕비 왼쪽에 있는 안내센터 앞마당을 가로질러 숲내음길 2구간으로 들어간다.

안내센터에서 나무조각이 깔린 길을 따라가다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으로 꺾어 대덕마을 방면으로 간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도 대덕마을 임도 방면으로 간다.

임도에 다시 합류하면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을 잠시 오른 뒤, 시멘트 임도와 비포장 임도가 나뉘는 길에서 추암마을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가면 대덕마을로 가는 길이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

▲ 장성 축령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장성 축령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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