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이주민 자녀 본국 송환에 수백만 원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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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겨진 가혹한 과태료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성인과 달리 면제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출국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29일 이주와인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베트남 국적인 세 남매(7세·3세·1세)가 본국으로 가기 위해 할머니와 김해공항을 찾았지만, 출국이 불허됐다. 세 남매가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않은 신분이라 과태료 220만 원을 내야 출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연락이 끊긴 뒤, 일정한 수입 없이 살아가는 이들 가족에겐 220만 원은 짧은 시간에 갚기 어려운 큰돈이었다.

베트남·우간다 국적 아이들
최근 공항서 과태료에 발 묶여

인권단체 "합리적 대책 필요"

이주와인권연구소 측은 "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서 쌀도 없이 살아 긴급 후원까지 받은 적 있는 어려운 형편의 가정이었다"면서 "다행히 인권단체와 시민 후원으로 돈을 충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체류기간 연장이나 외국인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틀 뒤인 지난달 14일엔 우간다 국적의 세 자매(5세·3세·1세)가 모친과 함께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85만 원을 내지 않았다며 출국길이 막히기도 했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국내 체류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세 자매 모친은 아이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국내 체류가 길어졌고, 병원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난민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까지 가혹한 과태료가 매겨진 것이다. 살던 집의 짐까지 빼고 임대 계약까지 끝나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다 3주가 지나서야 인권단체 도움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주민 자녀들에게 매겨진 과태료는 성인과 달리 면제 조항을 적용받을 수도 없다. 성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 등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아닌 벌금이 매겨진다. 그러나 당사자 나이, 벌금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벌금 면제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벌금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과태료는 면제에 대한 법조항이 없는 상태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측은 "이주 아동들에게 합법적 체류 기회를 주든지, 아니면 출국 방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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