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5. 반여동 옥상가(屋上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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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땅의 온기를 느끼다

버려진 공간을 정감 어린 땅으로 해석해 상가 건물 옥상을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부산 반여동 옥상가 전경. 윤준환 제공

많은 예술 장르 가운데 건축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사람들의 구체적 삶에 주목하는 예술일 것이다.

현실 밖에 있는 '비실재'보다 '실재'에 주목하며 현실적인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실재라고 해서 물리적인 건축술에 머물고 만다면 평범하거나 유익하지 못한 건축물로 남을 것이다.

지상 3층 상가 건물 위
버려진 공간 재해석

정원 만든 게 핵심 콘셉트
인공토로 구조 취약성 해결
창 크기 조절 사생활 보장

주택 원하지만 땅 없는 경우
고지대 상가 건물 활용 대안


'기계론적 건축술'에서 벗어나 건축 과정에서 타자와의 관계성, 심지어 하늘과 땅, 시간과 공간까지 풍성하게 모색하는 건축가와 그가 설계한 건축물을 만났다. 건축사사무소 '아체 ANP' 강기표 대표가 설계해 최근 완공한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옥상가(屋上家).

옥상가는 흔히 말하는, 열악하고 옹색한 옥탑방이 아니다. 시멘트 바닥이었던 옥상(약 70평)을 땅으로 재해석, 거기에다 땅의 온기를 심어 놓았다. 주로 물탱크, 빨래 건조대로 활용되는 버려진 옥상을 재발견했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 사적 영역과 오른쪽 공유 공간이 나뉘어 있다.
그리고 하늘과 별, 구름과 인접한 곳에 그럴싸한 주택 하나를 세웠다. 반여동 옥상가는 지상 3층의 상가건축물 위의 집이다.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원하지만 땅이 없을 경우나, 부산지역 고지대에 많은 단독주택과 상가건축물 옥상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강 건축가는 "버려진 공간을 땅으로 재해석했다"며 "옥상가는 아파트와 차원이 다른 도심 속 전원생활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수산물 수출입업을 하는 건축주는 기존 상가건축물 3층을 개조해 주택으로 사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기존 3층은 가로 세로 길이가 긴 삼각 형태여서 주택으로 바꿀 경우, 채광과 환기가 어렵다며 옥상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건축주는 그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결과, 약 3억 원의 건축비가 들어간 옥상가에 거주하는 3인의 가족들은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옥상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게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구조의 취약성, 주차장 확보, 그리고 방범과 프라이버시 같은 현안들이 산적했다. 구조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증축 주택은 가볍고 안전해야 했다.

그래서 옥상 시멘트 위에다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인공토를 깔았다. 옥상가는 원래 밑바닥이 시멘트 콘크리트였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철골과 단열 패널도 가벼운 재료를 써야만 했다. 미관상 유려하지 못한 패널 위에 새로운 마감재를 더해 매끄럽게 처리했다. 옥상가 인근 20평 정도의 땅을 매입해 주차장도 확보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건축주는 방범과 프라이버시를 걱정했다. 기존 상가 입면과 충돌하지 않게 3면을 후퇴시켜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게 설계했다. 주변 고층아파트와 학교로 인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창의 크기를 조절했다.
거실에서 중정과 앞마당이 아늑하게 보인다.
옥상에다 정원을 마련하는 게 옥상가의 핵심 콘셉트였다. 옥상가 오른쪽과 왼쪽 사이 복도 양옆에 유리창을 두면서 작은 정원 3개가 생겼다. 왼쪽은 사적 영역으로 안방·화장실·서재·아이방을, 오른쪽은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거실과 식당을 배치했다.

강 건축가는 옥상가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십 번 현장을 찾았다. 그의 이런 실재적인 우직함과 강직성은 그가 남긴 건축물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건축주에게 단순하게 의미를 전달하고 설득만 시키는 게 아니라, 건축 파트너의 기대 지평까지 충족시킨 좋은 건축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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