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46> 칠곡 영암산~선석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워낭' 닮은 암봉 도도함에 압도되다

경북 칠곡 영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성이는 사방이 바위 절벽이다. 칼날 같은 암릉을 뚫어내는 재미와 함께 조망이 덤으로 따라온다.

산은 골산과 육산으로 나뉜다. 각각 바위와 흙으로 이뤄진 산을 뜻한다. 어떤 산이 걷기에 더 좋을까? 우문이다. 암릉을 뚫어냈을 때의 쾌감과 부드러운 흙길이나 호젓한 숲길이 자극하는 영감…. 산에서 얻는 카타르시스에는 질적 우위가 없다.

경북 칠곡과 성주를 경계로 이웃한 영암산(鈴岩山·792m)과 선석산(禪石山·742m). 영암산은 기암괴석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고, 선석산은 숲이 좋고 비탈이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두 산을 이어 걷는다면?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삐죽삐죽 깎아지른 바위절벽 오르니 짜릿
황악산·덕유산 백두대간 조망도 한눈에
이어지는 '흙산' 선석산의 평탄함과 대조

■암산과 토산의 묘미

영암산 정상 주변은 사방으로 깎아지른 바위절벽이다. 암봉이 연속되니 마치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아찔한 고도감도 좋다. 성주 쪽에서 보면 암봉이 워낭처럼 보인다 해서 방울바위산, 즉 영암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혹자는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영암산은 멀리서도 그 도도한 바위 등성이가 눈에 띌 만큼 늠름해서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반면 선석산은 바위가 없고, 등성이가 넓고 판판한 흙산이다. 고찰 선석사에서 이름을 얻었지만, 서진산으로도 불린다. 또 선석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왕자태실이 군집을 이룬 '세종대왕자 태실'을 품고 있을 정도로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두 산은 칠곡과 성주 양쪽에서 여러 갈래의 산길이 나 있는데, 따로따로 오르면 산행시간이 짧다. 따라서 둘을 묶으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래서 산&산팀은 칠곡 쪽에서 원점회귀로 두 산을 아우르는 코스를 개발했다. 암산과 토산의 묘미를 두루 즐기되 너무 짧지 않으면서 자가용과 대중교통 수단으로 원점회귀하는 콘셉트다.

코스를 요약하자면, 경북 칠곡군 북삼읍 국도4호선 변의 '숭오1리(태평동)' 버스정류장을 들머리로 해서 보손지~임도~785봉~영암산 정상~선석산 정상~504봉~임도~삼주타운아파트~약수교로 나오면 닿는 '어로1리(이재민)' 버스정류장이 날머리가 된다. 11.5㎞에 5시간 남짓 걸린다.

다만, 영암산 정상을 지나 선석산으로 가는 능선에서 출발점인 보손지로 빠지는 갈림길들을 만나는데, 선석산까지 걷지 않고 하산길로 들어서면 약 7㎞, 4시간 미만에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시간 안배나 차량 회수의 목적이라면 선택 가능한 코스다.

■유장한 낙동강과 백두대간 줄기 조망

기점 숭오1리 버스정류장(11-1번·62번)은 왕복 6차로 국도4호선에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미타암과 송전탑 사이로 길이 나 있다. 1㎞ 남짓 걸으면 보손지를 만난다. 이 저수지 가장자리로 난 길은 임도를 따라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능선으로 오르려면 직진해서 입산해야 한다.

가풀막 길을 기어오르다 숨이 찼지만 소나무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땀을 식힌다. 잡목 정비가 잘 돼 숲의 풍경이 시원하다. 산행 30분 만에 산허리를 자른 임도를 만난다. 횡단해서 나무계단을 밟고 오르니 대구, 부산, 울산, 안강, 왜관…, 각지에서 온 산악회 리본이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임도 위쪽 소나무는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햇빛을 다투면서 키만 커진 탓에 앙상하다. 임도 아래처럼 정비의 손길이 급해 보인다. 30분 정도 더 삐딱한 흙길이 체력을 시험한다.

'위험구간안내.'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붉은 글씨로 쓰인 우회로 안내판을 만났다. '위험한 암릉'이라는 뜻이다. 이번 산행의 핵심 구간이 시작된 것이다.

로프를 부여잡고 기어올라 보니 앞으로 펼쳐질 바위 등성이가 나 보란 듯이 숲 사이로 삐죽삐죽하다. 사방이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올랐을 때 짜릿한 쾌감도 좋거니와 경관과 조망이 덤으로 따라온다. 단, 이 '위험한 암릉'은 세 곳인데, 모두 우회로가 있기 때문에 눈비가 오거나 자신이 없다면 우회하는 게 좋다.

정상의 북쪽인 785봉까지 오르면 잠시 흙산으로 변했다가 다시 정상으로 다가가면 바위산의 면모를 드러낸다. 시원스럽게 솟은 '방울바위'에 오르면 성주의 넓은 들녘에서 햇볕을 반사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비닐하우스, 반듯하게 뻗은 중부내륙고속도로, 황악산에서 덕유산으로 치닫는 백두대간의 굽이치는 산줄기를 눈요기할 수 있다. 쾌청한 날에는 지리산까지 조망되지만, 연일 미세먼지를 뒤집어쓰는 탓에 먼 조망은 언감생심.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더니 바로 가파른 철계단과 암벽을 타는 듯 아찔한 줄타기 구간이 이어진다.

서진산(선석산)과 보손지로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나는데, 여기서 보손지로 내려가면 좀더 빨리 하산해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암봉을 뚫어내는 재미를 다 즐겼기 때문에 차편이나 시간, 체력 때문이라면 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석산으로 가는 길은 세 번째 '위험한 암릉'만 거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소곳해진다. 모범생처럼 반듯하고, 양탄자가 깔린 것처럼 푹신푹신해서 차라리 심심하다고 해야할 정도다.

선석산 정상에서는 비룡산, 시묘산으로 갈림길이 나 있다. 여기서 남쪽 방향인 비룡산으로 이어 걷는 산꾼들도 많지만 칠곡 쪽으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시묘산 방면으로 빠져야 한다. 역시 우람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난 길은 걷기 수월하다. 내려가다 반석 같은 조망바위를 만났다. 구미시내와 질주하는 KTX, 유장한 낙동강 줄기를 한눈에 담은 뒤 하산.

20분 만에 이정표가 없는 사거리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서 10분쯤 걸음을 옮겨 만난 비닐 가건물 밑으로 임도와 합류했다. 임도 주변은 쭉쭉 뻗어 오른 낙엽송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농장을 만나면서 사실상 산행이 끝난다. 삼주타운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약수교를 지나치면 종점인 어로1리 버스정류장이다. 출발지점인 숭오1리 정류장과는 2.5㎞ 떨어져 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칠곡 영암산~선석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칠곡 영암산~선석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46> 칠곡 영암산~선석산 가는 길·가볼 만한 곳 (1/30)
[산&산] <446> 칠곡 영암산~선석산 산행지도 (1/30)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