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86> 김해 동신어산
능선마다 펼쳐지는 황홀한 전망 '한 폭의 명화' 감상하는 듯
경남 김해시 상동면과 대동면에 걸쳐 있는 동신어산(459.6m)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산이다. 낙동강으로 사뿐히 내려앉는 산줄기가 낙남정맥의 끝자락이냐, 아니냐를 두고 아직까지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산은 산'일 뿐이거늘 그게 무에 그리 중요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산이나 동부 경남에서 낙남정맥 종주 산행에 나서려는 산꾼들에게는 기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군의 산꾼들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한 낙남정맥이 창원 불모산을 지나 남쪽으로 뻗다가 김해 분산(盆山)을 거쳐 동신어산에서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부산·경남지역 산꾼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동신어산은 낙동강 유역 안의 산줄기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 주맥은 바다에서 끝나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 따라서 낙남정맥은 영신봉과 불모산, 보배산(보개산), 봉화산을 지나 부산 강서구 녹산수문에 이르러 꼬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불끈 솟은 형상으로 경사 급하고 거칠어
부산·동부 경남서 종주 기점 논쟁
"낙남정맥의 꼬리" 다수설로 일단 수긍
두 주장이 결론 없이 여태 엇갈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동신어산이 낙남정맥의 꼬리라는 것이 다수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신어산에는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동판이 설치됐고 낙남정맥의 끝이자 한반도 산줄기의 끝이라는 지위가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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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맥이 바다에서 끝나는 동신어산이 낙남정맥의 꼬리라는 것이 다수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들머리는 매리2호교가 있는 김해시 상동면 고암리 삼거리를 조금 지나 있다. 고암리 삼거리에서 좌회전, 차로 1~2분 더 전진하다가 오른쪽에 소감마을 간판이 보이면 낙남정맥으로 올라서는 초입을 찾은 셈이다. 그런데 도로 공사로 산줄기가 깎여 급사면이 만들어진 바람에 초입도 덩달아 무너졌다. 우회할 수밖에 없다. 도보로 69번 국도를 따라 상동면과 대동면의 경계를 지나 100m를 더 전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시멘트 임도를 따라 사면에 붙는다. 5분 정도 흐릿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비석 없는 무덤이 하나 나타나는 지점에서 낙남정맥 능선에 합류할 수 있다. 초입 찾기가 쉽지 않으니 촘촘하게 붙인 안내 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일단 능선에 접어들면 길은 한동안 외길이다. 7~8분 전진하면 능선이 갑자기 절벽으로 변한다. 대구부산고속도로에 의해 능선이 끊겼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면을 따라 내려가서 굴다리를 통해 고속도로를 건넌다. 현대레미콘 공장이 보이면 공장 옆 수로를 따라 건너편 능선으로 붙는다. 이 구간만 무사히 지나면 길 찾기가 아주 수월해진다.
고속도로 건너편 능선에 붙은 이후는 줄곧 된비알이다. 엄동설한에도 푸른 기운을 잃지 않은 소나무의 호위를 받으면 한발 한발 오름 짓을 하다보면 전망바위가 불쑥 나타난다. 갑갑하던 시야가 일시에 시원해진다. 바다를 만나기 직전 풍만해진 낙동강이 눈 아래로 굽이쳐 흐른다. 눈을 들면 강 건너 물금읍과 양산 시내는 물론 오봉산, 천성산, 멀리 금정산까지 펼쳐져 보인다.
266봉과 325봉을 연이어 지난 뒤 동신어산(459.6m)까지는 40분 소요. 해발 500m도 되지 않는 봉우리들이지만 체력 소비가 만만찮다. 가파른 오르막의 저항이 거세 영하 5도의 날씨에도 땀으로 등이 흥건하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낮고 작긴 하지만 불끈 솟은 형상이라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도 거칠어 발 디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낙동강과 맞붙은 출발점의 고도가 거의 '0m'에 불과하다. 보통 1,000m급 고봉을 오를 때 출발점의 해발 고도가 400~500m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동신어산은 이 같은 고봉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산이 거칠고 날씨가 추우니 산행은 고달프다. 손끝이 아리고 얼굴은 얼어붙는 듯하다. 하지만, 동신어산 인근 능선 곳곳에서 터지는 전망은 신산(辛酸)한 산행의 어려움을 보상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조망의 즐거움은 렘브란트의 명화를 감상하는 것 못지않다. 멀리 낙동강 하구둑이 아스라이 보이고, 강변 비닐하우스들이 겨울 햇살을 튕겨내며 거울처럼 번쩍인다. 눈을 좀 더 멀리 두면 영남 알프스 산군들이 뿌연 안개 위로 고개를 내밀고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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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도열한 등산로는 한겨울이지만 포근한 느낌을 준다. |
백두산 가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어 내리막을 따라 신어산 정상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10분가량 내려가면 481봉을 정면에 두고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을 만난다. 능선을 타고 오르막으로 가는 직진 길과 사면을 따라 우회하는 길이 나뉜다. 두 길은 다음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결국 만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삼각점(552.8봉)이 있는 갈림길에서 장척산(531m) 방면으로 직진한다. 6분 소요. 장척산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롯데야구장 방면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 길은 '산&산'이 2010년 백두산~장척산(253회)을 잇는 산행 코스를 답사할 당시 개척한 코스다.
장척산에서 403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40분가량 더 전진하면 큰 소나무 둥지에 '하늘마당'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 또 길이 갈리는데,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뚜렷하고 직진하는 능선은 희미하다. 자칫 뚜렷한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기 쉬운데 이 내리막길 역시 상동면의 롯데야구장으로 이어진다. 예정된 코스로 가려면 희미한 길을 따라 직진해야 한다.
307봉을 지나면 오랫동안 기능을 상실한 헬기장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은 곧 양 갈래로 갈리는데 주의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능선 좌측 내리막을 따라 간다. 잡목 사이로 길이 희미해 리본을 촘촘히 달아 두었다.
261봉으로 가는 능선 우측 내리막길은 대동벽지 사유지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피한다.
묵은 묘를 만나면 왼쪽 능선으로 내려가 파평윤공 묘와 인동장씨 묘를 지나면 경작지를 만난다. 경작지 밭두렁을 따라 곧 아스팔트 길을 만난다. 대감마을안 장척로 756번길을 따라가다 대포천작은도서관을 지나 상동면사무소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헬기장에서 30분소요.
산행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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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동신어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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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동신어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