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시대, 울산은] 5000억 공연장·6700억 학성 물길 복원 ‘없던 일’ 되나
하. 민선 8기 정책 재검토
김두겸 시장 역점 추진 토목 사업
당선인 “전시성 토목 행정” 규정
전면 백지화·규모 축소는 불가피
매몰 비용·국힘 우위 시의회 관건
지자체장 카퍼레이드 정치색 논란
울산공업축제 부활 3년 만에 기로
지난해 울산공업축제 거리 퍼레이드 모습.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던 이 축제는 부활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울산시 제공
민선 9기 김상욱 울산시정 출범과 함께 지역 대형 토목·문화 사업의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새 시정이 기존 역점 사업들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토목 사업과 지역 대표 축제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이 걸린 이들 현안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민선 9기 시정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가늠할 척도로 꼽힌다.
먼저 제동이 걸릴 사업은 김두겸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세계적 공연장 건립이다. 국비와 시비 등 5000억 원을 들여 남구 삼산동 삼산매립장에 2500석 규모 1관과 1000석 2관 등 총 3500석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을 짓는 사업으로, 2028년 착공이 목표였다. 기존 시정은 산업도시를 문화도시로 도약시킬 랜드마크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김상욱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이 사업을 혈세를 낭비하는 전시성 토목 행정으로 규정해 왔다. 재원 구조가 불안정한 만큼 전면 백지화나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총사업비 6700억 원이 드는 학성공원 물길 복원 사업도 운명이 위태롭다. 학성공원 일대 1.1km 구간에 순환수로를 조성하고 수상택시 등을 도입해, 끊겼던 태화강 물길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구상이다. 막대한 사업비는 용적률을 완화하는 도시혁신구역 제도를 활용해 민간 개발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시정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획기적 구상이라고 홍보했으나, 김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반대해 왔다. 그는 “울산시 1년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라며 공론화를 요구했고, 정유재란 당시 희생의 현장인 왜성 터라는 점을 들어 역사성 훼손도 문제 삼았다. 토지 보상 등 본격 절차가 남아 있어 추진 동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문화 분야에서는 축제가 쟁점이다. 1967년 시작돼 1987년 중단됐던 울산공업축제는 민선 8기 들어 2023년 35년 만에 부활해 매년 열려 왔다. 기업 기 살리기를 내세워 되살린 이 축제가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지난해 행사는 시장과 구·군 단체장이 카퍼레이드에 오르며 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고, 더불어민주당은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했다고 혹평했다. 김 당선인 측은 공업축제가 과거 개발 논리에 머문 구태라는 비판을 수용해 정리를 시사하고,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처용문화제를 지역 대표 축제로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 색채 대신 문화 본연의 가치로 회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행보는 예산 운용의 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대형 토목과 일회성 행사에 쏠렸던 예산 부담을 덜어 핵심 공약인 산업 인공지능(AX) 전환과 민생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공연장은 이미 국제 설계공모가 진행됐고 학성물길도 기본계획과 민자 협상이 맞물려 있어, 사업을 멈춰 세우는 데 따른 매몰 비용과 행정 연속성 단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예산 권한을 쥔 울산시의회 다수가 국민의힘이어서, 이를 돌파할 명분 확보가 새 시정의 과제로 남았다. -끝-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