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블록딜’, 주가 하락으로 재검토·연기 가능성
4월 공시 이후 주가 20% 떨어져
시장 반응 부정·반도체주 조정 탓
700만 주 블록딜 처분 난항 관측
주가 진정 이후 매각 재논의 전망도
리노공업이 추진 중인 블록딜이 주가 하락으로 거래 재검토나 연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강서구 본사 전경. 부산일보DB
코스닥 시가총액 7위(9일 기준) 기업인 리노공업이 추진 중인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주가 하락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블록딜 공시에 따른 부정적인 시장 반응과 반도체 업종 주가 조정까지 겹치며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애초 예정된 조건대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재검토 또는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노공업은 지난 4월 24일 블록딜 공시 이후 지난 8일까지 주가가 30.98% 하락했다. 블록딜 공시에 따른 주가 고점 논란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입지 못했고, 8일 국내 증시가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급락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9일에는 반도체 종목들이 반등하며 리노공업 역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블록딜 공시 이후 주가는 2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앞서 리노공업은 최대주주인 이채윤 대표가 보유 주식 2641만 8345주 중 700만 주(회사 전체 주식의 9.18%)를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간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거래 규모는 공시 전날 주가 12만 3300원(종가)을 기준으로 총 8631억 원이다. 단, 자본시장법상 실제 처분 가격과 수량은 공시된 거래 계획 대비 일정 범위 내 조정이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리노공업이 블록딜 공시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애초 예정된 조건대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가 하락으로 현재 시장 가격과 예정 거래가격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지며 블록딜 성사의 핵심 조건인 ‘가격 합의’가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고가 매수 부담이 커졌고, 매도자인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낮아진 주가 수준에서 회사의 미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거래를 재조정할 유인이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계획이 주가 하락의 직접 원인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시장 충격이 진정된 이후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지역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블록딜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는데, 최근엔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블록딜은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 가격 대비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거래가 이뤄지는데,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매도자와 매수자 간 기대 가격 차이가 확대된다”며 “특히 이번처럼 시가총액의 10%에 육박하는 대형 거래일수록 가격 재협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도 ‘블록딜을 왜 하는가’에서 ‘블록딜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이라는 외부 변수와 함께 리노공업 내부에서 노조가 근무 환경과 임금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파업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는 점도 블록딜 진행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리노공업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2시 리노공업 노조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 사건에 대한 조정회의를 열고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조정위원회 결정 가운데 조정안 제시나 조정 중지 대신 행정지도로 다른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절차다.
리노공업 노사는 조정회의에서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책임과 합법적인 쟁의권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이후 조정위원회는 노사 교섭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고, 교섭을 더 해보라는 취지로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회사에 교섭 재개를 요청하고 회사 측의 책임 있고 성실한 교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노공업 측 관계자는 “행정지도 취지에 따라 노조 요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노사 모두에게 좋은 합의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