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급망 파도, 친환경 선대 구축으로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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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전략본부장

아침에 카페에 들러 향긋한 커피를 사고, 해외에서 마음에 드는 소파를 구매하며,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이 바다 덕분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바닷길이 막히면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공장이 멈춘다.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등 먼 나라의 해상 위기가 우리의 일상과 경제를 직접적으로 흔드는 셈이다.

많은 이들에게 바다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이겠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바라보는 바다는 국가 경제의 생존이 걸린 치열한 전장이다.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 탄소중립 규제 강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의 물류 대란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극명하게 일깨워줬다. 바로 해상 공급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 경제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세계 1위 해운국으로 등극하는 등 아시아로 해운 패권이 이동하는 격변기 속에서, 공급망은 단순한 물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4위 해운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외형적 성과의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에 따른 선대 경쟁력 저하라는 그늘이 짙다.

가장 큰 문제는 선대의 고령화다. 우리 선대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16.2년), 중국(14.6년) 등 경쟁국에 비해 노후화가 심각하다. 과거 해운 불황기 이후 선가(船價) 급등과 연료 전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조(신규 선박) 투자가 위축돼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규모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0% 이상의 선복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글로벌 화주들은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선호하고 있어,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노후 선박의 시장 경쟁력은 전방위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향후 해운 경쟁력은 ‘얼마나 신속하게 많은 친환경 신조선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글로벌 해운시장은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암모니아 기반 선박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세계 신조 발주의 절반가량이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전환됐으며, 유럽 주요국들은 미래 친환경 선복 확보 경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크러버 보급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차세대 연료 기반의 신조선 발주 비중은 경쟁국 대비 현저히 낮다.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한국은 현존선 기준 차세대 연료 추진선 비중이 적재용량(DWT) 기준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오더북(발주 잔량)을 포함한 미래 선복 기준으로는 11.3%에 그쳐 글로벌 평균인 17.8%를 밑돈다. 향후 한국의 차세대 연료 추진선 보유량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발주 잔량 내 친환경 선박의 비중이 낮다는 점은 향후 현재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기존 선박의 개조를 넘어 LNG,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적선사들이 적기에 선박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가의 친환경 연료 선박 확대를 위해서는 해양진흥공사와 정책금융기관의 체계적인 친환경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긴밀하게 연계돼 공급돼야 한다.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지금, 바다는 단순한 수출입 통로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 생존과 성장동력을 좌우할 전략적 보루로 인식하고, 친환경 선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향해 원팀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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