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사라진 수학여행, 그 선택 비난할 수 있을까
허소영 부산교사노조 초등부위원장
한때 학교 교육의 당연한 일부였던 소풍이나 수학여행이 이제는 ‘위험한 활동’으로 인식되며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교실 밖 세상과의 만남이 줄어든 빈자리는 안전하지만 정적인 교실 수업이 채운다. 이는 교육 방향의 전환이라기보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책임을 짊어진 학교의 고육지책에 가깝다.
점심시간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교사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다. 혹시 다치는 아이는 없을지, 사소한 갈등이 또다시 악성 민원과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점심시간 축구를 금지해 논란이 일었던 현상 역시 특정 학교의 과잉 대응이라기보다, 교육 현장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체험학습이 사라지고 운동장에서 축구가 금지되는 원인은 공통적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갈등, 심지어 사소한 불편에 대한 책임까지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 탓이다. 아이가 다치면 관리 소홀, 다툼이 생기면 생활지도 실패로 간주된다. 상식과 합리성을 벗어난 비난 앞에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어기제는 결국 ‘행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갈등 소지가 있는 활동을 원천 차단하는 이 서글픈 결정은 교육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연적 결과다.
물론 정부와 교육청은 안전 매뉴얼 강화, 안전요원 동반, 예산 지원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현장의 불안을 전혀 달래지 못한다. 학교는 매일 돌발 변수가 일어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촘촘한 매뉴얼은 현장의 현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며, 오히려 교사에게 또 하나의 ‘지켜야 할 규제이자 족쇄’가 될 뿐이다.
실제로 학교를 위축시키는 것은 ‘지원 예산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교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문제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물적 지원도 현장의 소극 행정을 바꿀 수 없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학교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금지 규정도, 화려한 예산 보따리도 아니다. 학교와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누는 일, 그리고 삶의 불완전함과 불가항력적 사고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다.
학교와 교사의 소극적인 선택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사회에 먼저 물어야 한다. 과연 지금의 가혹한 구조 속에서,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