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2명 “한국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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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이태원 참사 3주기 설문
재난 관리 체계 긍정 절반 밑돌아
세대·이념·소득 따른 인식차 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한국이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3주기인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한국이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3주기인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한국이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대·이념·소득에 따라서도 안전 인식과 제도 신뢰가 뚜렷하게 갈렸다.

7일 동아대 대학원 재난관리학과·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는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한국리서치, 씨지인사이드 등과 함께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안전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는 문항에 동의한 응답자는 32.1%에 그쳤다. 예방 중심 재난관리 체계에 대한 긍정 응답은 36.8%, 정부·지자체 대응체계 신뢰 응답은 41.2%였다. 재난 이전 단계에서 관리 실패가 국민 인식에 강하게 각인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전이 경제·정치보다 우선’이라고 답한 비율도 35.9%로 절반을 밑돌았다.

이번 조사는 특히 세대, 이념 성향, 소득 등에 따라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다. 세대별로 청년층은 재난 관리에 대한 신뢰는 낮지만 정보 접근성이 높고, 중년층은 제도 신뢰도는 높지만 안전 가치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고령층은 예방 체계와 디지털 소통 단절로 안전을 체감하는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이념에 따라서는 사고 원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뚜렷이 갈렸다. 진보층 82.6%는 ‘경찰의 인파 통제 실패’, 보수층 77.6%는 ‘시민의 자율 안전 의식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이 드러났다’는 항목에는 진보 75.6%, 보수 56.2%가 동의했다. ‘시민의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란 항목에는 보수 71.7%, 진보 60.8%가 동의했다.

소득에 따른 인식 격차도 컸다.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응답자 68.6%가 “한국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답했지만, 300만 원 미만은 52.1%로 16.5%포인트(P) 낮았다. 재난 이후 회복탄력성 인식도 고소득 62.1%, 저소득 40.5%로 21.6%P 차이가 났다.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았다. ‘정치인은 재난을 정치적 입장 강화를 위해 이용한다’가 72.9%, ‘정치적 갈등은 재난 대응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72.8%, ‘언론은 재난을 정치 갈등 프레임으로 다룬다’가 72.3%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연구진으로 참여한 미국 네브래스카대 행정학과 장소진 교수는 “국민은 대응 속도보다 예방의 신뢰, 제도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회복 등을 더 중요한 과제로 본다”고 말했다. 동아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 소장 이동규 교수는 “이제 재난은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신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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