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야근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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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1949~2005)

야근 수당을

영혼처럼 품에 꼭 껴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길,

영혼보다 더 사랑스러운

내 지상의 먹이,

장갑 낀 손으로 소중히 들고 가지만

손은 시리고 따갑다

여기저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키보다 그림자가 더 길다

땅에 닿은 부분이 너무 닳아 있다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설 때,

내 앞에서 줄이 끊어지고

떠나 버리는 차,

그를 용서해준다

밤 이슥히

그 버스는 돌아온다

그가 나에게 화해를 청할 것이다

-시집 〈우주관측〉 (2006년) 중에서

‘사랑이여, 너도 동사로 오너라, 형용사의 아름다운 곡선보다 꺽이는 직선의 동사로 오너라, 벌건 살과 피의 어간만으로 오너라’.

시인의 〈품사론〉을 외우던 때가 생각납니다. 시인은 가고 없지만 시는 살아서 지금도 우리의 거리를 바라봅니다. 삶이란 곧은 것도 휘어진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내 앞에서 끊어진 줄, 그러나 다시 돌아와 화해를 청할 것을 알기에 용서해 줄 수 있습니다. 살아있어 살아야 하는 자들의 비애를 향해 가난이 기다리는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돌아옵니다. 아무리 추워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것들.

힘든 야근 때문에 새벽에서야 길 위에 서 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일이 없어 여기저기 폐업소식이 들립니다.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그림자마저 닳아있다는 고단한 시구 앞에서 올해는 힘들어도 일이 많기를 바래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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