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 1450원도 위협 [요동치는 환율]
11일 원달러 환율 1432.2원
계엄 후 외환 시장 불안 고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계엄 사태 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만 넘어도 비상이 걸렸지만, 이제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마저 위협하고 있다.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치솟을 경우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432.2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야간 거래에서 한때 1442.0원까지 뛰면서 단기 저항선은 1450원선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을 경우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어본 적 없는 위기가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이유정 연구원은 “1450원 정도를 상단으로 봤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1450원을 조금 더 넘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100배 이상 많은 외화보유액에 대외순자산국으로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내란 혐의를 받는 사상 초유의 리더십 부재가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국 불안 장기화로 극단적인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도 크다.
이에 외환 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외환보유액으로 방어에 나서고 이에 따라 규모가 4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