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먹방 가게죠?" "그런 사람 몰라요"… 이젠 윤 지우기
테이프로 사진 가리고 액자 떼 내
"주변 따가운 시선 견디기 힘들어"
손님들끼리 윤 흔적 보고 시비도
탄핵 가시화로 민심 이탈도 가속
“누구냐고예? 알라고 하지 마이소. 알라고 하면 다칩니더.”
10일 오후 찾은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떡볶이 먹방’을 선보여 유명해진 분식집 벽면에 형광색 주황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유를 물었더니 직원 A 씨가 내놓은 답이다. 당시 대통령과 재벌 기업 총수들이 찍었던 단체 사진 일부가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사진 속 윤 대통령 모습만 가린 것이다.
윤 대통령 사진은 가게 입구에 세워진 기둥에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떡볶이’ 등 메뉴를 쓴 흰색 종이로 덧대놔서 윤 대통령 모습은 볼 수 없는 상태다. A 씨는 “일하는데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가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윤 대통령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방문해 이른바 ‘대박’을 쳤던 음식점들도 차가운 여론에 사진과 서명 등 흔적을 지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민생과 경제가 삽시간에 얼어붙고 탄핵이 가시화하면서 부산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상징적 사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년 임기 동안 부산을 즐겨 찾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특히 부평깡통시장과 자갈치시장, 초량시장, 해운대 음식점 등에 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에는 상인들도 “도와주고 싶어도 끝까지 자폭하니 도와줄 수가 없다”며 “망가진 경제를 생각하면 좋았던 마음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손절’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방문 효과를 누린 서구의 한 유명 국밥집에도 윤 대통령 사진과 친필 서명이 담긴 액자가 모조리 사라졌다.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를 표시한 의자도 자취를 감췄다.
이 가게 사장은 “식사하러 온 손님끼리 시비가 붙어 뺄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고마운 감정도 있지만, 계엄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깡통시장의 한 유명 어묵집 사장은 “계엄 여파로 사람들이 불황이 길어질 거라고 예상해 소비 심리가 확 위축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우리 가게에 왔을 때는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해서 대통령 대신 기업 총수, 연예인 사진과 영상만 홍보에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자갈치시장도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날 방문한 자갈치 한 횟집엔 여전히 대통령 친필 서명이 게시돼 있었다. 가게 주인은 “손님들이 오가며 하도 따져 물어서 내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갈치시장 분위기에 대해 “계엄령 발포 후 길거리에 외국인이 사라졌다”며 “예약이 연달아 취소되고 손님도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윤석열 지우기’가 퍼져나가며 민심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구 서문시장을 비롯해 청주 육거리시장 등지에서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홍보 게시물과 현수막, 친필 서명 등을 떼어내는 움직임이 확산된다.
글·사진=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