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학사 죽음과 교장공모제
박종필 전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부산시교육청 현직 장학사가 세상을 등지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 장학사는 교장공모제 업무를 담당했었다. 다행복학교이며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 중인 한 중학교가 이번에 교장공모제 대상학교로 지정되지 않자 교장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항의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학교와의 마찰로 생을 포기했다고 알려지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한 삶이 사라졌으니 그 원인을 따져보아야 다시는 이런 황망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교육청과 학교가 원인을 다르게 찾았고 상호 고발로 얼룩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씁쓸하다.
교육청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라는 제도와 학교의 악성 민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에 학교에서는 교육청 조직 문화의 영향, 장학사의 고충 해결 시스템 부재, 담당장학사의 업무 무한책임에 따른 고충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렇게 상반된 원인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큰소리치는 것을 보니 참 답답하다. 이제라도 서로의 지적을 경청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해보기 바란다.
먼저 학교는 교장공모제에서 왜 탈락되었는지를 교육청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은 왜 교장공모제를 비판하며 폐지를 요구하는지도 입장을 바꿔 고민해 봐야 한다.
2007년부터 시행된 교장공모제는 승진 중심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능력 있는 교장을 공모해 학교자율화와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되었다. 교장공모제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것은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이다. 교사에서 바로 교장이 되는 제도이기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교장이 되려면 먼저 교감이 되어 몇 년을 근무해야 하는데,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만 하는 일반 교사들과 달리 종합 역량을 갖추고 인정받아야 한다. 연구학교의 업무, 개인적인 연구와 연수, 동료 교사나 관리자로부터의 평가 등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야만 교감 자격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온갖 고생을 다 하고 교감이 된 분들이나 이를 지켜본 동료들 대부분은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정당하게 보지 않는다. 더구나 계속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선정되니까 비전교조 교사들이나 교감들의 허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 부산에서는 교장공모제가 타 시도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고 2016년 2학기에 처음으로 전교조 소속 교사가 교장이 되었다. 2018년 2학기에도 반복되었고 2019년 2학기부터 2021년 1학기까지는 매번 2개 학교 이상 시행하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도 2020년 9월에 전교조 소속 교사가 바로 교장이 되었다. 임기 4년을 마치고 재지정을 받으려다가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현재 교육감은 중도보수 단일후보로 당선되었기에 무자격 내부형 공모제는 시행하지 않을 거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교육청과 담당장학사를 괴롭힐 정도로 대항하는 것은 지나침을 넘어 전교조라는 단체를 업고 전교조 소속 교사가 교장을 이어가겠다는 과한 주장으로 보인다.
교육청도 학교의 주장을 곱씹어봐야 한다. 장학사나 직원들의 고충에 대한 해결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 민원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고민과 고통을 해소할 틈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혼자서 민원을 되풀이하며 압박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으로 항의를 이어가는 거대한 외풍을 막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 지치고 괴로움이 쌓여 죽을 지경인데, 교육청에서는 도움은커녕 질책을 하며 혼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아직도 장학사의 죽음에 슬픔이 가득한데 앞길은 계속 어둡다. 교육청과 학교는 서로 일방적인 주장을 확대 생산해 내는 일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 백지상태에서 서로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합리적인 결과를 찾아 화합하는 교육 현장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