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덕도신공항 '공기 단축' 보상제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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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기술사·(주)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가 두 번이나 유찰되었다. 당국은 조만간 입찰 조건을 완화하여 세 번째 입찰공고가 나올 예정이다(부산일보 2024년 7월 10일 보도). 두 번 유찰로 인해 가뜩이나 빠듯했던 60개월 공사 기간(工期)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동조하듯 전문가 중에도 ‘왜 2029년 12월 이내 준공 목표’를 고집하느냐?’라는 분들도 있다. ‘만사불여튼튼!’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면서 말이다. 또한 ‘가덕신공항 개항, 5년 만에 가능한가’(논설위원의 시선, 부산일보 2024년 7월 10일 보도)에서도 첨단공법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물론 ‘공기 단축’에만 급급하다 보면, 품질이 희생되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품질도 확보하면서 공기도 단축하는 방안, 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은 없을까? 왜냐하면 동남권 관문 공항 겸 허브공항으로 가덕도신공항은 품질 확보 못지않게 조기 개항도 대단히 중요하다. 물류 세상의 선점 효과, 즉 국제 물류 분야에서 지역 거점을 선점할수록 지역 허브를 선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더 좋게,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이는 동서고금 건설 프로젝트가 추구해 온 불변의 가치이다. 어제는 불가능했지만, 오늘은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세상의 전유물이 아니다. 건설 프로젝트 역시 디지털 기술과 연계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연약지반 구간 활주로 공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 건설 기술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관건은 해저 연약 지반 개량 공사에 어떤 공법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에서 품질 확보와 공사 기간 단축은 지상 목표이다. 건설 엔지니어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핵심적인 3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시공사 보상제도(이하 인센티브)’를 실시한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시공사(건설회사)에게 공사 기간 단축 시 소정의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추가 계약, 명예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사 기간을 일정 수준 이하로 단축하는 시공사에게는 다음 프로젝트 입찰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성과에 따라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첨단 기술 도입을 권장한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첨단 건설 공법(기술)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케이슨(Caission) 공법, 모듈러 공법,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등을 활용하면 공사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며,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BIM을 활용하면 설계 단계부터 시공,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공사 기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중첩식 공사 방식(Fast-track Method)을 적용한다. 공사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대신 병행 추진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해저 연약지반을 DCM(Deep Cement Mixing) 공법으로 개량하는 동안 육상의 공장에서 케이슨 부재를 제작한다. 해저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즉시, 케이슨 부재를 설치함으로써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건설공사 표준계약서의 경우, 공기 지연 시 지체상금(penalty) 조항만 들어 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높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경우, 보상제도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계약서에는 공기 단축 시 보상제도 조항도 명기하기를 제안한다. 장담하건대, 보상제도를 넣을 경우, 또다시 유찰될 우려 대신 훨씬 더 많은 건설사가 응찰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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